멋진 세상

[37]'흑인의 평등을 위한 투쟁' (서지문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7. 2. 28. 20:43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37] 악마의 면죄부

  •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입력 : 2017.02.28 03:10

하버드 스티코프 '흑인의 평등을 위한 투쟁'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김정남 암살 사건은 놀랄 일도 아니고 비난할 일도 아닌,

당연하고 납득할 만한 일이라는 식의 논평은 끔찍했다.

발언 내용도 끔찍했지만 그 말을 하는, 쓸데없이 호들갑들 떨지 마라, 하는 듯한 그의 표정과 어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정 전 장관은 또 형제 살인은 인권 문제와 상관없다고도 했다.

통일부 장관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인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누구보다도 신봉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직책상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북한의 실상과 속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가급적 북한이 인도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자리 아닌가?

정세현 전 장관의 시각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세상은 피바람 잘 날이 없고 암살은 그저 하나의 살인 사건으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암살은 인류가 가장 혐오하는 범죄 중 하나이고

암살의 파장은 그것을 기획한 측에 재앙이기 십상이었다.


 

201617일 더불어민주당이 북한의 첫 수소탄 실험 감행에 따른 대응 방안과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 대표실에서 '전문가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표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안내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필리핀의 악랄한 20년 독재자 마르코스는 1983년 오랜 유배 생활 끝에 자기를 만나 담판하려고 귀국하는
정적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을 공항에서 살해토록 한다.

필리핀 국민은 마르코스의 철권독재에 숨죽이고 살았으나
200만명 넘는 애도 인파가 '니노이'라는 애칭으로 불린 그들의 총아 아키노의 장례 행렬을 따랐고,
3년 후 그의 아내 코라손 아키노가 대선에서 마르코스의 23년 철옹성을 무너뜨렸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없는 20세기 미국은 상상하기 어렵다.
흑인 민권운동사가(史家) 스티코프
영광스러웠지만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던 킹 목사의 민권운동 지도자로서의 13년을 추적했다.

킹 목사는 비폭력적 항거와 인종을 초월한 형제애를 강조했지만 39세의 한창나이에 암살됐다.
그의 죽음으로 흑인 민권운동이 주저 앉는 듯했지만 아니었다.
그의 생애와 유산은 모든 흑인의 등대가 됐다.
흑인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일은 없게 됐다.
인종 분리의 족쇄를 끊고 동등한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쟁취하도록 이끌었다.
신분 상승과 공직 진출의 물꼬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가 없었다면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출현이 가능했을까?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의 최후를 성큼 앞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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