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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험대에 오른 우리 외교 - '허클베리 핀의 모험' (조선일보)

colorprom 2017. 6. 13. 19:26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52] 시험대에 오른 우리 외교

  •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입력 : 2017.06.13 03:08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아직 세계가 온통 미스터리고 문학이 나에게 세계를 열어주는 유일한 열쇠였을 때,

영국 문학과 미국 문학의 대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영국 소설을 읽으면 개인을 포위하고, 개인의 운명을 지배하는 '사회'의 존재를 너무나 생생히 느끼게 된다. (고전) 영국소설은 온통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의 자격 검증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진행 과정은 작중 인물이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자신의 이기심과 욕망을 억제하고 포기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의 요구에 무조건 굴종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부당한 요구에는 투쟁해서 사회를 개선할 의무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소설에서 '사회'는

자주 개인을 타락시키고 개인의 양심과 자유를 말살하는 악으로 제시된다.

그래서 선한 주인공은 사회의 오염을 피해 스스로를 소외시킴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보존한다.

개척지가 남았을 때는 사회의 함정보다 험난한 자연을 택하기도 한다.

구(舊)세계의 죄악과 압제를 피해 머나먼 이주를 감행한 청교도들의 저항 정신에,

그렇게 세운 이상 국가가 노예 제도와 온갖 부정으로 얼룩진 데 대한 환멸 때문이었다.


'모든 미국 소설의 원조'라는 칭송을 듣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작가는

주인공 소년으로 하여금 "좋아. 그럼 지옥에 갈 테야"라고 하면서 도망 노예 고발을 거부하게 한다.

도망 노예의 신고가 기독교도의 의무라고 배웠음에도.


/조선일보 DB

미국의 이런 극단적 개인주의는 국제사회에서도 고립주의를 견지하게 했지만

세계 1, 2차 대전은 미국을 세계 무대로 끌어내었다.


2차 대전 종전과 함께 미국

전쟁으로 피폐한 자유세계의 복구를 도와 소련의 무한대 팽창을 저지해야 했고

자연히 자유세계의 맹주 역할을 맡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는 미국의 자국 보호와 지속적 번영을 위해 필요했고

동시에 미국민의 오랜 문화적 열등감 극복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미국'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하고 고립주의로 회귀하려는 듯하다.

강대국으로서의 부담금 지불도 하나씩 거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국 지위 상실과 경제적 위축을 초래하고 미국민의 자존심에도 타격을 줄

매우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지만

미국인의 DNA에는 고립주의에 대한 향수도 있다.

우리의 외교가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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