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푸념
입력 : 2017.12.21 03:09
푸념
친구를 떠나보냈다며
기운 없이 들어오신
할아버지
-나는 지들 가는 것
다 봐 주는데
나 가는 길
누가 봐 주려나?
가만히 듣고 있던
다섯 살 내 동생
-하부지
내가 같이 가 줄게!
다 봐 주는데
나 가는 길
누가 봐 주려나?
가만히 듣고 있던
다섯 살 내 동생
-하부지
내가 같이 가 줄게!
―양인숙(1955~ )
오호, 기특해라. 감동으로 가슴이 찌르르 운 끝에 먹먹해진다.
'하부지/ 내가 같이 가 줄게' 오로지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뭉쳐진 순수의 덩어리. 코끝이 찡해온다. 누가 요렇게 깜찍한 아이를 세상에 데려다 놓았나.
성경은 일찍이 어린이 마음 같지 않고는 결단코 천국
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설파했다.
천국은 참 삶의 영역이리라.
혼탁한 요즘 세상, 천국 갈 사람은 요런 다섯 살 어린이밖에 없을 듯하다.
아마 이런 어린이가 지옥을 아장아장 따라갔다면 캄캄한 지옥도 온통 환해질 거다.
어린이 앞에선 천국도 지옥도 무의미하다. 맑은 사람만 존재할 뿐이다.
하부지 푸념이 하얗게 세탁돼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야말로 푸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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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0/20171220029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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