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로 입은 상처 (박혜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7. 7. 14. 14:48


[일사일언] 말로 입은 상처

  • 박혜원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입력 : 2017.07.14 03:04

    박혜원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박혜원 2017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종이에 손가락이 베였다. 베인 곳을 소독하고 밴드를 붙였지만 물에 닿아서인지 금방 떨어져 나갔다.
    깊지도 않고 피가 많이 난 것도 아닌데 날것으로 드러난 상처가 쓰라리다.

    종이를 자주 만지는 만큼 종이에 다치는 일도 빈번하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 방심하고 만다.
    얇고 가볍다는 이유로 깊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얼마 전 지인이 단체에서 탈퇴했다. "다시 들어가기 힘든 단체이니 나가지 말라"며 달랬지만 소용없었다.
    "버티고 있기에는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고 했다.
    지인의 말에 공감했고 상처를 준 사람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원망했던 그 사람도 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친하다고 생각해 했던 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가볍게 던진 말. 그 말이 날카롭게 날아가 상처를 낸다.

    상처 준 사람은 없고 받은 사람만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겠구나 싶었다.
    먼저 가족에게 속상한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봤다.
    친구들에게는 어땠나. 별 뜻 없이 했던 말을 자꾸 곱씹던 지인이 떠올랐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 편하게 했던 말인데, 상처가 된 건 아닌지 괜스레 미안해진다.

    [일사일언] 말로 입은 상처

    물에 닿으니 손가락 끝이 또 아파온다 .

    가볍다고 생각하고 툭툭 던진 말로 입는 상처들. 그 쓰라렸을 상처를 생각하니 더욱 미안해진다.


    세상에 가벼운 말은 없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혀 밑에 도끼가 있다고 했을까.

    잘 떨어지지 않는 밴드를 꺼내 손가락 끝에 붙였다.


    내가 종이처럼 가볍다고 생각하고 건넨 말로 상처를 입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통증이 줄어들 수 있게 따뜻한 말 한마디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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