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할머니가 된 L 권사

colorprom 2016. 5. 29. 14:48

2016년 5월 29일, 일요일

 

나보다 한참 나이가 아래인 L권사가 할머니가 되었다.

그녀가 일찍 혼자되어 홀어머니로서 힘겹게 키워낸 상남자 스타일의 아들이

이제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40킬대의 작고 연약한 며느리가 30킬로나 늘어난 70킬로의 몸을 이겨내며 드디어 엄마가 되었다.

장장 29시간의 산고를 이겨내고 아들의 어미가 되었다.

 

유난히 힘들게 키워낸 아들이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단단하고 우람한 몸의 아들이 유난히도 힘든 반항기를 보내어

L권사는 밤마다 잠자는 아들 손을 잡고 울며 밤을 지새웠다고 했었다.(깼을 때는 몸에 손도 못 대고~!)

 

언젠가 아들이 그러더란다. 

- 엄마는 그렇게 열심히 잠 못자고 일하고도 가게 하나 못 사고 뭐했어?

그 말을 듣고 기가 탁 막히더란다!

지 놈이 사고친거 그 합의금만 모아도 집 몇 채는 될텐데, 그 일은 다 까먹고...!!!

얼마나 섭섭한지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더라고도 했었다.

 

그 아들이 효도했다.

세상에나...29시간 진통하는 제 마누라와 같이 있더니만, 엄마에게 말하는 톤이 벌써 달라졌더란다.

뭔가 엄마도 이렇게 힘들게 나를 낳았겠구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엄마에게 자기 갓낳았을 때의 사진을 달라고 하더란다.

그 아들이 어른이 된 것 같다고...

그리고 자기도 할머니로서 어른이 된 것 같다고...

그 작은 덩치로 무사히 아기를 낳은 며느리가 그렇게 이쁘고 고마울 수가 없다고.

 

오늘 L권사의 보고(?!)를 듣는데...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감동...그래, 이게 감동이다.

희망이 있음으로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게 감동이다.

 

그 아들은 벌써 백화점으로 쫓아가 핸드백을 사왔단다.

제 마누라 고생한 것, 칭찬해줘야 한다면서.  아이고.....ㅎ~

나중에 제 손으로 골라 사도록 하지~했더니만, 아니라고, 지금 표현해야 한다고 하더란다.

역시...젊은애들은 다르다~했다.

 

웃으며 '며느리가 고맙다'고 말하는 홀어머니, L권사가 참 이쁘다.

 

L권사, L씨, 애들은 이제 잘 살 것이니 믿고, 우리 할머니들끼리 잘 삽시다~

부러워하면 지는겨~~~알았지요?!  축하합니다~*^^*

 

그러나저러나, 우리 집 애들은 워찌 된 것인지...아이고...부러워라~

L집사 축하인사 받는 동안에, 나는 우리 애들 소식 없냐는 인사, 참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얘들아, 세상 일에 속지말고, 중요한 일부터!!!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