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의 친정에서의 1박

2016년 5월 17일, 화요일

 

큰애의 친정에서의 1박

 

어제 큰애가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제 남편이 1박2일 워크샵에 들어가니 오늘은 친정에서 1박을 할까 하는데 어떻겠냐고.

남편이 그러더란다. 

여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툭하면 친정에 간다는데 왜 당신은 안그러냐고.

이번에는 친정에 가서 하룻 밤 자고 오라고.

 

 

[큰딸] [오후 10:29] 내일 김서방 일박워크샵가는데 내일 집에가서잘까
[작은딸] [오후 10:46] 우왕 침대없어
[큰딸] [오후 11:02] ㅋ 거실에서잘까
[colorprom 이경화] [오후 11:28] 거실에서 자~
[우리남편] [오후 11:55] 오케이
[큰딸] [오전 12:15] 응내일봐
[colorprom 이경화] [오후 12:55] ^~^

[큰딸] [오후 5:27] 다들 언제 집에 오시나요
[colorprom 이경화] [오후 5:28] 너는?
[큰딸] [오후 5:36] 저녁먹고가려는데 8시쯤?
[우리남편] [오후 5:38] 둘째 나와라. 몇시에 집에 올수있나? 네가 8시까지 못온다면 우리가 들어갈께
[큰딸] [오후 5:41] 일부러 그러진말고 나 더 늦게 갈람 갈수 있엉
[작은딸] [오후 5:49] 나 언제 들어갈지 모르겠눈데 8시까진 못 갈거가터
[우리남편] [오후 5:49] OK DON'T WORRY.   8시에 와. 그때까진 도착가능
[큰딸] [오후 6:06] 오키콜
[큰딸] [오후 8:02] 아파트들어왔어
[큰딸] [오후 8:02] 어서 문 열어주러 와
[큰딸] [오후 8:02] ㅋㅋㅋㅋ
[큰딸] [오후 8:03] 사진 (열쇠 문)
[큰딸] [오후 8:03] 이게뭐야
[colorprom 이경화] [오후 8:03] 길 엄청 막히네~기달려
[큰딸] [오후 8:03] ㅋㅋㅋㅋ
[colorprom 이경화] [오후 8:03] 10분이내

 

문 앞에서 앉아 기다리던 큰애와 집에 들어가 하룻 밤 같이 자고, 아침에 남편이 차로 출근시켜줬습니다.

아침 한끼 같이 먹고, 제 아빠와 같이 현관을 나가는데...마음이 참 이상했습니다.

이랬었는데...이런 모습이 일상이었는데, 이젠 특별한 일이 되었구나...뭐, 그런 기분.

 

하긴 뭐 이런 일 뿐인가요?

 

저녁에, 사무실에서 나가면서 버스타러 가는 동안에 엄마에게 전화했더랬습니다.

- 엄마, 나야.  별 일 없지?

- 뭐, 별 일...아무 일 없어...늦었네.  빨리 가서 쉬어....(약간의 부산 억양~!!!)

- 응~버스 온다.  알았어, 엄마.

그 짧은 전화가 나의 하루를 마감하는 일이었습니다.

 

결혼 전에 나는 늘 늦게 다니는 편이었습니다.

제일 늦게 들어오는 나를 맞으며 '왜 이리 늦게 다니노?'하면서 문을 잠그는 일,

그것이 엄마의 하루 마감이었습니다.

(다 큰 딸이 늦게 다니던 것이 얼마나 큰 불효였는지는 나도 딸의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결혼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대문을 잠그지 못하셨답니다.

나도 큰애를 출가시키고 보니, 지금 엄마의 그 허전한 가슴을 느낍니다...

 

지금 엄마에게 하루의 마감으로 전화를 못하는 것...이 그렇게 허전합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의 육교에서 늘 먼 하늘을 보게 됩니다.

- 엄마, 지금 버스에서 내렸어.  이제 집에 다 왔어.  들어가, 엄마.

이 말을 해야 하루 일이 끝나는데...이 말을 하고 집에 들어가 10시 연속극 보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일상이 언제까지나 일상일 수 없음을 이제 압니다.

여름이 여름이기만 하면 안되듯이...여름이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듯이...그 변화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일상이 아닌 선물같은 이런 일상이 참 감사하고 맛있습니다.  *^^*

 

큰애야, 너와의 하룻밤이 참 맛있고 감사했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선물], 너희 시댁에도 선물해드려라.

너희가 , 그냥 너희가 부모들에게는 특별한 [복이고 선물]임을 언제나 알게될까?  ㅎ~

 

김서방, 고맙네~(친정에 가서 자라고 해줘서.)

내가 그렇게 푸근한 엄마가 아니어서 우리 애들은 집을 꿀단지같이 여기지는 않는 편일세.

그래서 친정에 들락거리지 않고 나가서 잘 사는 것이여~(내가 잘혔지?  ㅎ~)

자네도 가끔 본가에 가게.  특별한 일이 없어도~오케이?! (큰애, 너도!!!)

 

일상이 기적이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