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묵상일기

비 오는 대학로에서

colorprom 2015. 12. 8. 19:25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두툼한 겨울 코트를 입고 비오는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용식이를 기다렸다.
그놈은 학교도 대학로, 졸업하고 직장도 대학로, 43년을 대학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쇠주 각 일 병으로 낮술 하고 오랫동안 못본 현이랑 재백이에게 취한 척 하며 한 번 보자며 너스레를 떤다.
놈들이 당황했나 보다.
은행 잎 흥건한 대학로에서  용식이가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1970년 고삐리이었을 때를 추억하며 담배연기를 뿜어내나 보다.
헤어져 가다 보니 가래떡을 구워 판다.
따끈따끈하다.
한 입 깨물으니 으시시할 때 딱 좋다. 방금 헤어진 용식이에게 다시 나오라 전화하니 툴툴거린다.
따뜻한 가래떡 구운 것을 전해 주고 뿌듯한 마음으로 지하철으로 향한다.
비가 와서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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