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1일, 목요일
금년 추석은 친정엄마, 아버지 모두 노인요양병원에 계셔서 친정모임 장소가 걱정이었다.
아버지가 계신 병원이 7층 옥상 정원의 방이 있어 딱 좋기는한데.....방을 차지하기가 쉽지않을 것이고,
또 문제는 엄마의 거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아버지가 엄마 병원으로 가시는 것이 낫기는 한데...엄마병원은 마땅히 함께할 자리가 없다는 것이 또 문제.
금년은 각자 병원에서 병원으로 순례하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했었다.
월요일, 추석날, '감지덕지'하게도 우리집에서 시어머니, 시누이들 가족들, 그리고 결혼한 큰애부부가 모였다. (시어머니는 김치와 잡채, 큰 시누이가 샐러드, 막내시누이가 오징어냉채~덕분에 장모 체면 살았다! *^^*)
(화요일 시누이들은 또 어머니 댁에 간다는 것을 알았다. 본의아니게 이중명절을 지낸 셈이네. 으흠...)
화요일은 서글프지만 떠돌이 명절을 각오하며 도시락을 준비하는데, 둘째동생이 전화를 해왔다.
- 왜 답이 없어? 문자메세지 띄워놨는데...아무도 안보나봐. 오늘 우리집에 모입시다~
- 아이구야, 고맙지. 알았다...,어제 시댁맞은 너희가 힘들까봐 그러지, 우리야 좋지. 고맙다!
(그 애도 큰집, 큰 며느리다.)
우리는 아버지 병원에 가서 외출증 끊고 아버지를 모셔오고,
막내네는 엄마 병원에 가서 엄마 약 챙겨서 모셔오고...
모처럼 남동생네만 빠지고 3 딸네와 엄마아버지가 다 모였다.
그리고 느낀 점...어느새, 어른들에게는 이런 외출이 이미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는 것.
5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아버지도, 엄마도 동생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침대에 누워 쉬셔야 했고,
전전긍긍 엄마를 향하는 아버지 마음에 엄마는 무덤덤...그저 불편한 심기만 드러내시더니,
급기야 하혈을 하셔서 씻고, 옷 갈아입고...드디어 병원에 들어가셔서야 안심하시는 것 같더란다. (막내 보고.)
(엄마는 알츠하이머가 진행중...손 떨고, 얼굴 무표정해지고, 반응 무덤덤...이 대표 증상이란다.
눈에 띄게 얼굴 표정이 굳었던 것이 한달 쯤 되는 것 같다.
이 모든 변화는 고관절수술과 심장시술 등으로 갑자기 약이 많아지면서 일어난 일은 아닌지....
지난 주부터는 소변줄을 꽂아야 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댁에 가 있던 큰애부부가 뒤늦게 큰이모 집으로 합류~우와~아버지 얼굴이 환~해지셨다.
병원에서 헤어질 때까지도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드셨다.
얘들아, 고맙다. 너희들의 얼굴만으로도 저렇게나 좋아하시니...손자들이 최고의 선물임을 다시 알겠다!!!
앞으로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이렇게 집에서 모실 수 있는 기회도 다시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명절이라는 것도 두분께는 별 의미가 없지않을까...싶다.
어제, 수요일, 늦으막히 출근해서 6시경 퇴근, 그리고 모처럼 이른 저녁의 TV를 보다가 주방일을 시작했다.
뭐랄까...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 일할 수 있는 자유~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겪는 기분이다.
시들어가는 가지, 시들어가는 오이 다듬어 무침나물 만들고, 감자랑 양파 볶고...양파껍질로 차 만들고...
추석에 쓰고 남은 부추로는 부추김치 만들고, 하는 김에 마늘까서 찧어놓고...
내 집, 내 부엌에서 일하는 것도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이번에 절실히 알았다...고나 할까!!!
인생은 서서히 자라나고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노년은 갑자기 팍, 팍, 팍 꺾이는 꺾은 선 같다.
어느 날 갑자기 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일로 팍! 꺾이고, 또다른 일이 벌어지고, 또 한번 팍! 꺾이고...
(설에 막내네와 함께 우리 집에 오셨을 때만해도 엄마는 일반인이셨다...)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 시들어가는 과정을 보게될 것같다.
그 또한 우리 형제의 특권이고 감사한 일이라 믿는다.
엄마, 아버지...속이 좀 상하지만, 좀 서글프기는 하지만, 불평하지 않으려 한다.
끝을 예상하며 사는 것...그러면서 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아끼며, 즐기며 겪기로 하자.
동생들아, 우리가 노년을 예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지치지 말자!!! 그리고 고맙다! *^^*
앞으로 우리 친정의 명절 모습은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뭏든 둘째동생 덕분에 둘째 집으로 모셔서 얼렁뚱땅 보낸 추석~감사합니다!!! '고맙다~' *^^*
엄마의 소변줄이 부러웠나??? 아님 모처럼의 큰집, 장모노릇에 피곤했나???
화요일, 종일 협착증으로 다리 저리고, 방광염으로 몸을 움직이기도 불편해서 애를 먹었다.
하룻밤 자고나니 훨씬 수월해졌다. (화장실 가는 것도 감사!!!)
늘 이런 고통을 느끼고 계실 엄마...얼마나 괴롭고 민망하고 부끄러우실까...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노년이다!] ㅎㅎㅎ~
나의 노년은 또 어떤 모습일까...
연속극의 끝무렵...'왔다, 장보리' (맞나?)도, '괜찮아, 사랑이야'도 모두 끝무렵이다. ㅎ~
노년...어쩌면 가장 드라마틱하고 가장 멋진 때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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