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 조선일보 갤러리는 어디야? (오후 12:02)
- 오늘 철수했어요. 지금 광교 사무실~ (오후 12:11)
- 그럼 오늘 사무실에 계속 있겠네. (오후 12:12)
- 응, 그렇지만 6시에 나가야 하니 그 전에 와서 얘기하다가 밥 같이 먹자. 7시에 출발하면 됨.(오후 12:15)
- 이 몸은 5시 쯤 출발해야해서리, 가기 전에 연락할께. (오후 12:17)
- 알았어요. (오후 12:17)
멀쩡하게 사무실에 잘 있다가 4시가 넘어 인사동에 일을 보러 나갔다.
친구가 오후 5시에나 떠날 수 있고, 또 떠나기 전에 전화한다고 했으므로,
전화받고 돌아와도 시간이 충분하다고 보았다.
4시 54분에 전화가 왔다. 을지로에서 내린다고.
으잉? 이게 뭔소리지?
- 당신이 떠나면서 전화한다고 해서 인사동에 왔어요. 기다려 주삼~에이구~
아무래도 이해가 안가 다시 전화했다.
- 떠났어. (오후 5시)
- 언제 도착 예정? 아직 인사동 사무실~ 지금 어디요? ^^* (오후 5:02)
- 왔는데 (오후 5:05)
- 아이구, 지금 간다. 쫌만 기다려요. (오후 5:06)
- 오래 걸리면 다음에 들리고. 저녁하러 가야 하거든.
그냥 천천히 볼일 보고 와. 다음에 시간있을 때 올께. (오후 5:07)
놀라서 다시 전화.(5:9)
친구는 벌써 버스를 탔단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 이 몸은 다섯시 쯤 출발해야해서리~이 말이 우리 사무실에서 5시에 떠난다는 말이었나? (5:24)
- 네 (5:25)
- 아~나원참~이런 수도 있구나~미안하다! 우리 남편도 기다리고 있었는데~미안하다. (5:34)
이게 어찌된 일이지? 그래도...이대로 있으면 그녀도, 나도 그냥(!) 섭할 것 같은 느낌...이런게 더 위험하지..
다시 메세지를 보냈다.
- 워째 이런 일이~생각할수록 기가 차네~너한테 전화올거 생각하고 4시 넘어 나갔었다! 미안하다. (5:47)
- 괜찮아. 다음부턴 시간을 넉넉하게 하고 갈께. 지금은 울엄니땜시 어쩔 수가 없구나. (5:49)
- 아니야~내가 말을 잘못 알아들은겨~정말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있다! 덕분에 큰 공부 했다! (5:51)
그 친구는 90넘으신 어머니를 돌보느라 자기 본업은 제쳐놓고 임시직으로 학원강사를 하고있다.
나는 지레짐작으로 그녀가 학원 끝나고 5시 쯤에나 출발할 수 있나보다 생각했다.
아무일도 아닌 듯한 일들이 묘하게 길게 가는 것은
너무 작은 일이어서 오히려 확인 안하고 서로 삐져있기 때문...아닐까?
게다가 더 심각한 일은......이상하게 요새는 말을 하기가 싫어진다는 사실이다.
머리 속으로는 뭔가 말을 중얼중얼 계속 하면서, 실제로는 주거니받거니 말을 하기가 싫어진다.
정색을 하고 따지는 것도 젊었을 때, 힘이 넘쳐서였나 싶다.
아, 그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런거 아닌가?? 에이...귀찮아...그냥 놔둬...!
그런데, 사실은 이런게 정말 위험하다!!!
왜냐하면, 서로가 그런 나이이니까.
다시 친구에게 확인하고, 사과하자...이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데도 사실은 몇 분이 흘렀다.
전에는 생각과 행동이 동시상연이었다면, 요즘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무지 힘들게 느껴진다!
늙었어, 늙었어!!!~ㅎ~
얼굴 마주보고 말을 해도 오해할 수 있는데, 하물며 전화 통화도 아닌 문자 메세지라니...
그것도 자유자재로 자판 두드리는 젊은 애들도 아니고, 거의 전보수준의 문자 메세지로!
생각과 추측으로 끝내지 않고, 확인하고 사과한 것, 잘~했어,참 잘했어요, 경화아줌마!! ㅎ~
이제야 좀 현실적으로 똑똑해지나 보다...! *^^*
그러나저러나 그 친구는 몸이 안좋으신 어머니를 혼자 돌보느라 지쳐있는 상태이다.
혼자서 100 을 책임지다가 지쳐서 다 놓고 0 상태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남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를 추스릴 시간을 가지며 길게 50 을 맡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머니도 다른 도움은 인정을 안하시고, 딸인 그 친구도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니,
참 딱한 일이다...
그 와중에 잠깐 틈을 내어 나온 것인데 그리 되었으니 더 화가 얹혀 상승작용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쉬이~잇, 친구야. 앞으로는 말을 할 때, 확실하게, 서로서로 확인하도록 하자.
그리고, 어머니 일에 남의 도움을 받는 것, 절대 잘못된 것 아니니, 그런 것도 오픈하고 의논하도록 하자.
내 자식 공부, 내가 시켜야만 된다고 끌어안고 끌탕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듯이,
내 부모 내가 지킨다고 작은 집에만 가두어 두고, 나 혼자 해결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싶다.
복지원이나, 요양시설이 절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가족이 없는 요즘, 집에만 계시게 하는 것이 오히려 집에 방치하는 것일 수도 있어~
무조건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고~!!!
아뭏든 친구야, 미안하다. 헛걸음하게 해서 미안하다.
얼마나 기운이 빠졌을까....
작은 일...작은 일은 없다!~는 생각, 새삼 확인하게된 날 !!! *^^*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 h)열심히 공부하시는 우리 아버지~*^^* (0) | 2013.05.23 |
---|---|
쌍둥이 토마토! (0) | 2013.05.22 |
진정한 성공 /(CBS) (0) | 2013.05.21 |
열심히 살아야 겠다~(군자란) *^^* (0) | 2013.05.17 |
[친정] h)아버지와 우리 모녀~그리고 찍사, 우리 남편! *^^* (0) | 2013.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