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병원이야기(1)..후배 병문안 다녀와서.

colorprom 2010. 2. 1. 14:45

 

2010년 2월 1일 오전 10:37

 
삼풍백화점 무너지기 며칠 전, 내 오른쪽 정갱이가 부러졌다.

가느다란 두개의 뼈가 다 부러졌다. 사실 하나는 육안으로 보이지않아 병원에서 사진을 찍기전에는 몰랐었고, 바깥쪽 뼈는 살이 겉으로 툭 불거져나와 쉽게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살이 찢어지거나 피가 나거나 하지는 않아 그닥 겁이 나지는 않았다. 손으로 꾹 눌러 제자리에 넣을 수 있을것같기도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도 아프지않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119를 타고 병원에 실려가면서 "우와..TV에서 본 거랑 똑같네요!"...신기해했다. TV프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잠시, 응급실에 아무도 없이 눕혀있는 동안 슬슬 두려워지기시작했다. 앞으로 어찌되려나...

남편(보호자)과 전화연락이 되고나서야 엑스레이도 찍고 그야말로 응급처치가 시작되었다. 제일 힛트는 두사람이 달라붙어 생으로 뼈를 맞추는 일이었다. 처음 한번은 "으악!!", 멋모르고 당했다. 두번째부터는 정말 덜덜덜덜, 공포! 그 자체였다. 두려움과 공포에 휩쓸려버렸다!!

치과에 가서 긴장하고 있다가 순서가 되면 의사로부터 꼭 한마디 듣게된다.
"아니, 처음도 아니시면서 왜 그리 겁을 내셔요??"
세상에...처음이 아니니 더 무섭지!! 아니까!!!

임시기브스를 하고 혼자 누워있는 동안 너무 무서워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네가 있는 것을 몰랐구나. 내가 네 위에 서있었던 것을 몰랐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그리고 고맙다!!!"
키에 비해 짧고 알이 배긴 내 다리를 가끔 안타까와 한 적은 있었어도 감사해본 적은 없었다.

수술을 해서 못을 박아넣고 허벅지까지 기브스를 하고 누워있기, 1단계...주사 단번에 아프지않게 놔주는 간호사가 당번이면 행운이고 그날그날의 링겔만 끝나면 행복했던 때...
2단계..목발을 짚고 퇴원을 하기까지...다리를 침대아래로 내리는 것도 연습해야되는 것을 알게되고, 목발을 짚고 일어서면서 내 키가 너무? 크다고 느껴졌던요상한 기억...
3단계...허벅지기브스에서 긴부츠정도로 기브스 자르기....무릎이 구부러져 얼마나 시원하고 자유로왔던가!!
4단계...부츠기브스 아주 벗어버리기까지....둥근 전기절단기로 기브스를 자를 때, 그 전기날이 복숭아뼈를 지나면서 느껴지던 따듯한 공포!! 병원문을 나서며 기진맥진했었다. 살갗에 실선으로 남은 전기칼날 자국!!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며 놀듯이 기브스 자르던 그분은 진정 달인이었다!!! 많은 경험은 많은 선배환자를 의미할 터....그분의 경험과 선배환자들에게 가암사!!!
5단계...비아프라 공화국 아이들처럼 앙상한 다리에 맨발로 다시 걸을 수 있을까?의심하며 한발한발 내딛던 감격!!

다리가 부러지기 전과 후...남자들의 군대생활 경험에 비할 수 있을까?
한번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브스에 갇힌 기다림의 경험!!!

눈다래끼가 나면 새삼매끄러웠던 눈을 기억하게된다.
아, 그동안 참 편하게 눈을 깜빡거렸었구나!
건강을 잃고나면 새삼 건강했었었구나...를 깨닫는다.
돈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 돈이 별거아니야...할 수 있겠는가!
마음이 가난해봐야 마음의 평화를 알게되는 것이렸다!!!

병원을 몇번 들락거리고나니나의 병문안인사가 바뀌었다.
"이제, 이 병원 나가고나면 정말 재미있고 감사하고 행복해질거여요!!"
(적당히 아파봐야, 놀래봐야 감사하게 된다니깐요!!(이주일 버젼))
(잃어봐야 감사하게 된다니깐요!!)

병원에 들어가보면 병원 안의 세상과 밖의 세상, 그렇게 두개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병원 밖에 사는 나는...행복하다는 것을 안 잊으려 노력한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안 잊듯이.

2010년 2월의 첫날, 월요일 아침에...수술후 병원 퇴원하는 후배를 생각하며
(정말 치료의 기다림은 이제 시작히지만서두...기운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