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04] ‘좋은’ 사람을 구분하는 법
결혼 생활의 힘듦을 가장 유머러스하게 말한 사람은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다.
“결혼은 힘든 거야. 넬슨 만델라도 이혼했다고!
27년간 감옥에서 고문과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그도
출소 후 6개월 만에 아내와 이혼했다고!”
알랭 드 보통은 ‘독신에는 외로움’이 ‘결혼에는 괴로움’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처럼 인생은 외로움과 괴로움 사이 어느 곳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남녀가 만나 한평생을 해로한다면 천국에 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산책하는 공원에서 청춘 남녀들보다 아름다운 건
두 손을 잡고 느리게 걷는 노부부의 모습이다.
해질 녘 그 모습을 보면 사람도 좋은 풍경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언젠가 북 콘서트에서 어떤 사람과 결혼하면 좋을지를 묻는 분을 만났다.
참 어려운 질문이다.
사람마다 ‘좋음’의 기준이 다르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거창한 말보다 그 사람의 작은 행동을 본다고 말한다.
운전할 때 양보해 주는 사람, 문을 열 때 뒷사람이 오는지 확인하는 사람, 식당에서 일어설 때 의자를 밀어 넣는 사람, 비 오는 날 상대에게 우산을 더 기울여 주는 사람, 약속 시간에 5분 먼저 오는 사람, 헤어질 때 한 번쯤 뒤돌아봐 주는 사람, 그리고 나에게 잘하는 사람. 그러나 나에게만 잘해주는 사람이라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세상에 나에게만 잘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몇 가지 팁을 더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는 ‘음소거’ 버튼을 누르고 오직 그 사람의 ‘행동’만 보라고 충고한다. 나쁜 행동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질 때라야 좋은 사람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
오래전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제목의 베스트셀러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인생에 정말 중요한 건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배웠던 것 같다. 나는 이제 거대 담론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작고 사소한 것들의 합이 우리의 인생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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