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오바마의 ‘한국 교육 예찬’은 잊어라
사교육비 등 부작용 있지만 한국 교육은 경제 도약의 동력
명성 퇴색하는 징후 잇따라
공교육 혁신 없이는 뒤처질 것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국 교육 예찬론을 줄기차게 폈다.
“한국은 교육에서 전 세계의 대표 주자”
“한국에선 교사를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s)로 여긴다”
“한국이 잘된 이유는 부모들의 교육열 덕분이다.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수시로 칭찬했다.
오바마가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입시 지옥 같은 한국 교육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세기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근본 동력이
교육에서 비롯됐음을 미국인에게 강조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한국 교육의 경쟁력이 한계와 위기에 봉착했다.
오바마가 한국 교육을 상찬하기 시작한 2009년과 작년의 학업 성취도를
정부 교육통계 사이트에서 찾아 비교해봤다.
고교생 국어·영어 과목의 경우
2009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전체의 2~3%대에서 지난해 7~9%대로 늘었다.
수학은 6%대에서 14%대로 뛰어 사실상 ‘수포자’가 열 명 중 한 명을 넘는다.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들이 10여 년 새 2~3배 뛴 것이다.
부모 소득 수준에 따라 학력 수준이 확연하게 갈리는 학력 격차 문제도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보통 수준’에서 기초학력 미달로 떨어지는 학생 수도 늘었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린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국가 부흥과 혁신의 견인차였던 한국 교육이
이제는 혁신의 대상이 됐다는 데 이의를 달기 힘들다.
기초학력 미달, 학력 격차 문제는 결국 공교육이 해결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중간 정도 학생 수준에 맞춰,
모든 학생에게 똑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붕어빵 교육’을 바꾸는 게 급선무다.
기계도 녹이 슬면 기름을 치고 새로 간다.
그런데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 발전의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은
정부 수립 이후 70년 넘도록 붕어빵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잠자는 교실’ ‘사교육 득세’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핀란드, 싱가포르 등은 10여 년 전부터 ‘공교육 시스템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개인 맞춤형 수업’이 골자다.
AI가 개별 학생의 학력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한 뒤
그 수준에 맞는 학습 프로그램을 짜고,
기초가 떨어지는 학생은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고
우수한 학생은 진도를 빨리 내게 한다.
영국 정부는 1만5000명 넘는 초·중생에게 수학 학습용 프로그램을 제공해
AI가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내용을 체크한 뒤 외부 강사에게 알려
일대일 온라인 과외를 해주는 ‘국가 과외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AI 교육이 학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우리 학생들이 아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 정보를 평가, 판단하고 이용하는 능력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교실에 보급된 스마트 기기, 무선인터넷 등 정보 인프라 보급률은 OECD 평균 이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빈도는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다.
국내 일부 학교에서 초보적 AI 교육이 시범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2019년 보고서에서
“AI 기반 교육시스템으로
학생들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몰입형 디지털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한국이
글로벌 교육혁신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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