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인터넷 검열

colorprom 2022. 9. 7. 19:19

[터치! 코리아] ‘성인물 통제’ 해제 소동이 의미하는 것

 

前 정부 때 도입된 중국식 인터넷 통제
자유 강조하는 尹 정부… 바로잡을 의지 있나

 

입력 2022.09.03 03:00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월 11일 온라인에선 작은 소동이 있었다.

지난 정부 때 접속이 차단됐던 해외 성인물 웹사이트 접속이 갑자기 가능해진 것이다.

젊은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권이 바뀌니까 드디어 자유가 찾아왔다”며 환호성이 나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로 결론 났고,

해외 사이트 접속은 다시 차단됐다.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89%가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인터넷 검열을 당하고 있다는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

 

한국에서 해외 성인 사이트 접속이 봉쇄된 것은

2019년 2월 문재인 정부가 ‘HTTPS 차단 정책’이라고도 불리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기존에는 DNS(Domain Name System) 방식으로 ‘유해 사이트’ 접근을 막아왔는데,

이 방식이 HTTPS 보안을 사용하는 사이트에는 먹히지 않자

강화된 차단 방식을 들고 나온 것이다.

 

기존 DNS 차단 방식은 특정 사이트 주소 접속을 일괄 봉쇄하기 때문에

누가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는지 특정하기 어렵지만,

SNI 차단 방식은 국가 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다.

 

비유컨대

종전에는 특정 지역으로 발송되는 편지를 봉투에 적힌 주소를 보고 죄다 차단했다면,

이제는 편지 수·발신자가 암호로 봉투를 적는 바람에 주소 식별이 어려워지자

편지 봉투를 일일이 빛에 비춰보고 어디로 보내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감청과 검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방식이라

중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부 차원에서 사용하는 나라가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이 규제를 도입했을 때

일주일도 안 돼서 20만명 넘게 “인터넷 통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청원에 서명했지만,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불법 도박과 불법 촬영물은 삭제되고 차단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몰래 카메라 같은 불법 성인물 제작·유포를 막아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HTTPS 차단은 밤에 돌아다니는 도둑을 막겠다고 전 국민에게 통행금지를 내린 격이다.

마음만 먹으면 VPN 우회 방식으로 얼마든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 콘텐츠를 완벽하게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별로 얻는 건 없이 ‘중국 수준의 인터넷 검열 국가’라는 비웃음만 살 뿐이다.

 

인증을 통해 미성년자는 성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막고,

불법 성인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다.

 

대통령도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대해 후보자 시절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흉악한 범죄는 반드시 원천 차단하고 강도 높게 처벌해야 하지만,

절대 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처럼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유독 강조해 왔다.

 

HTTPS 차단 해제 해프닝을 많은 사람들이

‘사고’가 아니라 ‘정권 교체 효과’로 오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았고,

취임사에서는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사실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는 자유의 수호자를 자처했었다.

 

2012년 후보는 “이명박 정부 동안 우리나라는 ‘인터넷 검열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반드시 대한민국을 인터넷 자유국가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정작 집권 후에는 더 심한 인터넷 검열을 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시절 눈물을 흘리며 테러방지법에 반대했지만,

여당이 된 후엔 법을 개정하겠다던 약속을 모른 체했다.

누구보다 간섭과 통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입으로만 외친 자유였던 셈이다.

 

‘윤석열의 자유’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