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응고제 개발 화학자도, 수학천재 여학생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희생
[사이언스카페]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러시아군 공격에 목숨 잃은 과학자들 소개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어야 할 과학자들이 땅속에 묻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개월째 이어지면서 러시아군에 희생당한 민간인 수천명에
물리학자와 화학자, 수학자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22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의 폭격이나 총격에 희생된 과학자 12명의 명단을 밝혔다.
그 중 한 명인 안드리 크라브첸코(41) 박사는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교에 있는 연구소로 차를 몰고 가다가
러시아군이 설치한 지뢰에 희생됐다
추이코 표면화학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크라브첸코 박사는
몇 년 동안 의료진이 도착하기 전에 부상당한 병사에게 사용할
응급처치용 혈액 응고제를 개발해왔다.
전쟁 중에도 연구를 계속해 마침내 지난 3월 31일 키이우에 있는 병원에
자체 개발한 국소 혈액 응고제를 전달했다.
동료인 마리아 갈라부르다 박사는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손실”이라며
“그는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개월 째 이어지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계속 늘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는 2345명이 희생됐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실제 민간인 희생자는 그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명문대와 연구소들이 몰려 있는 동부의 히르키우는 연일 폭격을 받고 있고,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도시 전체가 파괴된 상태다.
마리우폴 시장은 민간인 1만명 이상이 매장됐다고 주장했다.
물리학자인 과학기술부의 막심 스트리카 박사는 사이언스에
“마리우폴에 있는 많은 동료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트리카 박사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바딤 라쉬카료프 반도체물리연구소의 X선 결정학자인 바실 크라드코 박사는
키이우 외곽에 있는 집으로 가족을 찾으러 깄다가 러시아군에 고립됐다.
그는 3월 13일 러시아군의 허가를 받고 다른 민간인들과 마을을 빠져나가다가
그들을 겨냥한 총에 맞고 사망했다고 스트리카 박사는 밝혔다.
키이우 외곽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수 주간 학살의 현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가운데 우크라아니아의 저명 대학 교수들도 들어있었다.
동부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에 과학자들이 희생됐다.
하르키우 국립대의 무기화학자인 올렉산드르 코르순 교수도 그 중 한명이다.
2017년 유럽 여학생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받았던 키이우 국립대의
율리아 즈다노브스카(21)는 고향인 하르키우에서 국토방위군을 돕다가 희생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달 즈다노브스카를 기려
우크라이나 고등학생을 위한 수학연구프로그램인 ‘율리아의 꿈’을 출범시켰다.
MIT 수학과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은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인터넷을 통해
우크라이나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계획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러시아군에 희생당한 과학자의 뜻을 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남아 살아남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과학기자인 크리스티나 케르니트스카는
2017년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강연에서 크라브첸코 박사를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했다.
케르니트스카 기자는 사이언스에
“크라브첸코 박사의 부인인 옥산나가 이전 전화통화에서
참호를 파더라도 키이우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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