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백영옥의 말과 글] [250] 태도에 대하여

colorprom 2022. 4. 30. 16:36

 

[백영옥의 말과 글] [250] 태도에 대하여

 

입력 2022.04.30 00:00
 

조카의 일거수일투족이 문자로 전송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독서실 출입과 퇴소 시간이 체크되고,

학원을 결석하면 ‘결석 처리’ 문자가 동생의 휴대폰으로 실시간 전송됐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소위 ‘빼박’ 증거였다.

 

학원 빼먹길 밥 먹듯 했지만 얼렁뚱땅 넘어가던 내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동시에,

무엇이든 인증을 요구하는 청년 세대의 심리가 그 순간 이해됐다.

어릴 때부터 투명성이 내재화된 이들이

‘공평’보다 ‘공정’을 강조하고 요구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개인적인 각성의 순간이었다.

 

‘삼시 세끼’를 무료로 제공하는 회사의 정책에 큰 자부심을 가진 어느 사장님의 걱정은

코로나 때문에 식당 배치를 바꾼 후, 직원들 사이의 인화가 약해지는 것이었다.

한국 사람은 무조건 ‘밥힘’이라는 믿음하에 식당에서 직원들에게 건강식을 권하던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이 얘기에는 반전이 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자신의 책 ‘그냥 하지 말라’에서 말한다.

 

“세끼를 준다는 것은 야근이 상시화된 조직이라는 뜻이라

지원자들이 무조건 믿고 거른다는 사실을 사장님은 과연 아실까요?”

 

회사는 여전히 ‘한솥밥’이라는 말을 쓰는데,

밥 먹을 때만이라도 건들지 말라는 게 요즘 직원들의 심정이라는 것이다.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부터 내려앉고, 무례하게 느껴진다는 세대가 아닌가.

 

한 유튜브 영상의 직원 공고에 첨부된 ‘회식 없음, 가족 같은 회사 아님’이라는 말에

열광하던 MZ세대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감정 노동 없는 직무 능력 위주의 회사’의 이미지가 있었을 것이다.

 

이 세대가 유독 ‘호구’라는 말에 반응하는 건

피해에 대한 감수성이 이전 세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과정의 투명성과 규칙을 중시하는 세대

과정이 나빠도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것이라는 옛 세대의 태도를 수긍하기 어렵다.

때로는 잘못보다 ‘잘못을 사과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적어도 이들에겐 그렇다.

 

시대가 바뀌면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수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