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청와대 새 이름
로마의 중심부 팔라티노 언덕에는 로마 황제들이 500년간 통치했던 팔라티노 황궁이 있다.
황궁엔 새 이름이 자주 붙었다.
도미티아누스와 세베루스는 자기 이름을 붙인 황궁을 새로 지었다.
네로는 황금 궁전을 세우고 나서 ‘도무스 아우레아’라고 부르게 했다.
티베리우스는 카프리섬 334m 절벽에 황궁을 짓고 ‘빌라 요비스(제우스의 집)’라고 불렀다.
![](https://blog.kakaocdn.net/dn/toPCB/btrzUiMd9D8/ysWBbmonwt6QHJFmHX1GEk/img.jpg)
▶미국 백악관(White House)은 원래 ‘대통령의 집(President’s House)’이라 불렸다.
미·영 전쟁 때 영국군이 불을 질러 시커멓게 탄 외벽을 백색 석회 도료(백악)로 단장하면서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Élysée)궁’은 샹젤리제 거리와 가까워 이 이름이 붙었다.
엘리제는 그리스 신과 영웅이 죽은 뒤 가는 천국을 뜻하기도 한다.
영국 총리 집무실 ‘다우닝가 10번지’는 거리 명을 그대로 땄다.
일본과 독일 총리 집무실은 ‘관저’ ‘연방총리청’이라고 불린다.
▶중국 주석이 거주하며 집무를 보는 곳은 ‘중난하이(中南海)’라고 부른다.
베이징의 큰 호수인 ‘중해’와 ‘남해’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다.
15세기 이반 대제 때 지은 러시아의 대통령궁 ‘크렘린(Kremlin)’은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채나 요새라는 뜻이다.
북한 김일성의 집무실은 주석궁(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일과 김정은의 집무실은 노동당 1호 청사(본부 청사)로 불린다.
그 지하 깊은 곳에 진짜 집무실이 있다고 한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쿠는 북한 주석궁을 보고 호화 대통령궁을 지은 뒤
‘인민궁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당시 세계에서 셋째로 큰 건물이었다.
▶이승만 대통령 때 집무실인 경무대(景武臺)는
경복궁(景福宮)과 그 북문인 신무문(神武門)에서 한 글자씩을 따왔다고 한다.
윤보선 대통령은 경무대의 파란 지붕에 착안해 청와대(靑瓦臺)로 개칭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새 집무실 명칭이 무엇일지 화제다.
인수위 사람들은 용산(龍山)과 청와대(Blue House)를 합성해 ‘DH’(Dragon House)나
‘용와대’라 부른다고 한다. “BH에서 DH로~”라는 건배사도 있다.
▶인수위는 대통령 집무실의 새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친숙하면서 의미도 담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지금까진 집무실을 단순히 ‘청(靑)’이라 표기했다. 짧고 쉬웠다.
그런데 앞으로 ‘용(龍)’이라고 하기는 이상하고,
‘대(大 또는 臺)’나 영문 ‘DH’도 어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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