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전투 1타 강사’ 미군

colorprom 2022. 4. 11. 12:55

[동서남북] ‘전투 1타 강사’ 과외를 스스로 걷어찬 5년

 

입력 2022.04.08 03:00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평화협상을 위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 2021.7.1
/국회사진기자단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많은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에 놀랐다.

 

단순 전력만 비교하면 러시아의 공군력은 우크라이나의 5배 수준이고

지상군 규모나 개인 무장, 화기 등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압도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조직력 부족을 드러내면서 고전했다.

 

전역에서 끌어모은 병력은 함께 작전을 펼쳐본 적이 없다 보니 제병 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명령 체계가 일사불란하지 않고, 부대 간 보안 통신 연결도 부실했다고 한다.

 

우리 군 전직 고위 장성은

한마디로 덩치는 크지만 실전 경험이 적어 싸우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웬만한 스포츠도 눈으로 보는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몸에 얼마나 익느냐가 곧 실력이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에서 이런 경험의 차이는 더 크게 다가온다.

 

미국의 전투력이 세계 최강이라고 할 때는

1000조(兆)원에 육박하는 국방비, 무기 시스템의 양과 질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미군의 실전 경험은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미 싱크탱크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1776년 독립 선언 이후 현재까지

245년 가운데 226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그 전쟁들이 얼마나 정의롭고 명분이 있었느냐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지만,

그와 별개로 미국이 끊임없이 싸우면서 차원이 다른 경험치를 축적했다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군사 굴기(崛起)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도 스스로의 약점으로

미국과 달리 수십 년 동안 전쟁을 치르지 않은 점’ 꼽는다.

 

한국군은 지난 수십 년간 ‘1타 강사’ 미군의 집중·속성 과외를 통해 부족한 실전 경험을 보충해왔다.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미군이 피를 흘리며 체득한 전투·작전수행·위기대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이 방어력을 키우는 데

한·미 연합훈련보다 효율적인 선택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이 값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비상식’이 지난 몇 년간 되풀이됐다.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연합훈련에 제동을 걸었다.

김정은이 “’봄날’로 돌아가려면 먼저 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하자

대통령이 직접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대규모 훈련은 폐지·축소됐고 실기동 훈련은 컴퓨터 게임 형식의 지휘소 연습으로 대체됐다.

수년간 반의 반쪽 훈련으로 전시 임무 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훈련하지 않은 군이 실전에서 어떤 위험에 처할지 제일 잘 아는 군 수뇌부가

훈련을 막는 정권에 직언을 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훈련을 해야 속도를 낼 수 있는 ‘전작권 조기 전환’과

훈련 축소·폐지’라는 양립 불가능한 지침을 받아들고도 입을 닫았다.

일부 간부는 정치권의 훈련 축소 주장에

미군이 무기 팔아먹으려는 군수업체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무리하게 훈련을 벌이려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보신(保身)에 눈이 멀어 군의 존재 이유를 망각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은 자신의 한마디에 훈련이 취소되는 걸 보면서 눈이 높아져

앞으로도 우리 군 일거수일투족에 시비를 걸며 위기감을 고조시킬 것이다.

이에 호응해 ‘전쟁이냐 평화냐’ 선동으로 새 정부를 흔드는 세력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대화나 협상도 강한 군사력이 뒤를 받치고 있을 때 힘을 받는다.

싸울 태세를 갖추는 건 전쟁 준비가 아니라 전쟁 억제다.

적(敵)에게 전쟁을 해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때 평화가 담보된다.

 

너무나 기초적인 이런 상식이 지난 5년간 뿌리부터 흔들렸다.

진짜 안보 공백은 청와대·국방부 이사가 아니라 이 무너진 상식이다.

'세상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수완박’  (0) 2022.04.12
[강헌] 용기에 관하여  (0) 2022.04.11
팜파탈  (0) 2022.04.11
무조건 ‘기밀’인 대중 외교  (0) 2022.04.11
[신상목] [114] 위의 정책, 아래의 대책  (0) 2022.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