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무조건 ‘기밀’인 대중 외교
올해 8월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회의가 있다.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다.
양국의 정치인, 국책 연구기관 대표,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중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 중이다.
수교 20주년 때도 비슷한 모임이 있었다.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전문가 공동 연구위원회’다.
2010년, 2012년 한·중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전달했다.
2012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보고 대회에는
차기 지도자로 확정돼 있던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직접 참석했다.
해당 보고서 원문이 궁금했다. 결론은 ‘기밀’이었다.
별도의 대외 공개본도 없었다.
한국 외교부에 정보 공개를 요청하자
“국가 안보, 국방, 통일, 외교 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어 기밀로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논의 과정은 한·중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런 태도로 볼 때 현재 진행 중인 한·중 관계 미래 발전위원회 회의 결과
역시 기밀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후 중국과의 외교 관계 회복에 사활을 걸었다.
그해 12월 문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 사드 문제가 걸림돌이 됐고,
그때 등장한 게 ‘3불(不)’이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약속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최근엔 중국이 사드 운용에 제한을 두라는 ‘1한(限)’을 요구했었다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당시 협상을 주도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팀이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에 어떤 약속을 해줬는지
국민은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다.
협상 과정의 흑막을 밝히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일반 국민이 볼 때 한국 정부의 대중 전략은 ‘중국에 대해 말하지 않기’에 가깝다.
중국의 폐쇄적 체제 특성도 있지만
한국 역시 “그게 중국 방식”이라며 손쉬운 양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다른 나라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종종 봤다.
최근 몇 년만 꼽아봐도 왕 부장은 태국·파키스탄·스위스·일본·탄자니아·몰디브 장관과 회담 후
기자들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한·중의 경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기자회견을 연 적이 없다.
국민이 중국에 대해, 한·중 관계에 대해 알 권리를 빼앗긴 게 중국만의 탓일까.
윤석열 정부는 냉·온탕을 오가던 한국의 대중 외교 전략을 가다듬을 중대한 시기에 출범한다.
대중 정책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 중 하나다.
새 정부 외교팀이 대중 외교의 비밀주의를 버리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더 자주 설명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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