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장동선] 고통 없는 삶을 꿈꾸는가? 쾌락도 포기하라

colorprom 2022. 4. 9. 13:38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고통 없는 삶을 꿈꾸는가? 쾌락도 포기하라

 

도파민네이션

 

장동선, 뇌과학자·궁금한뇌연구소장
입력 2022.04.09 03:00
 
 

 

당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엇이 모자라는 걸까?

멋진 차, 옷, 돈, 명예처럼 나를 빛나고 즐겁게 하는 것이 많아지면 삶이 더 행복해질까?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중독치료센터 소장이면서

인간의 뇌가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메커니즘을 수십 년간 연구해온

정신의학자 애나 렘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가 더 많은 쾌락, 더 많은 도파민 분비에 중독된 것처럼

“더 행복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가득 찬 세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쾌락의 자극만 많아진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도파민네이션’(흐름출판)에서 렘키 교수가 던지는 메시지다.

 

세상에는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경험도, 고통스럽게 하는 경험도 존재한다.

뇌는 그 둘 모두를 경험하며 세상에 대해서 학습하고,

뇌 안에서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부위는 거의 일치한다.

 

쾌락과 고통 사이에는 늘 미묘한 균형이 유지되어 있는데,

현대사회의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균형을 계속해서 깨뜨린다.

인터넷을 통해서 음식, 마약, 영상 등 어떤 종류의 자극도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보니

더 많은 쾌락을 주는 자극을 계속 찾고,

반면 괴로운 건 진통제 또는 다른 자극을 통해 최대한 빨리 없애려 한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쾌락만 추구하다 보면 고통에 대해서도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어떠한 고통도 느낄 수 없다면 쾌락 역시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

 

세계적으로 마약류 약물중독 사례도 늘고 있지만,

우울증 등으로 인해 정신과 약물 처방을 받는 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 역시

저자는 한 맥락에서 설명한다.

 

약물중독 치료를 하다 보면 약물에서 술로, 술에서 음식으로, 음식에서 디지털 영상으로

중독 대상만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더 근본적인 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까?

 

해결책은 고통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직면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과잉 자극보다는 결핍을,

순간적 아픔을 잊기 위한 진통제보다는 근본적 재활 치료와 운동, 다이어트를 선택해야 한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쾌락과 고통 사이의 균형을 복구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허상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세상에서 도피해 망각의 길을 찾는 대신 세상을 마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라.

 

 

장동선 뇌과학자·궁금한뇌연구소장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