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유리창 규제
점포 내 담배광고 못 보도록 창에 불투명 용지 부착 의무화
심야 근무자 안전에 위협… 서민 경제 옥죄는 규제 수두룩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른바 ‘당근마켓 규제’ 계획이 논란이다.
쟁점은 간단하다.
현재 대부분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은 가입 시 휴대폰 번호 정도만 입력하는데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실명, 주소, 연락처 등 구체적 개인정보를 수집해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 당사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물론,
판매자와 일정한 연대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것이 공정위 주장이다.
사업자 측에서는 전화 번호만으로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으니 문제될 것 없고,
간편한 가입 절차는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인데 그것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반발한다.
손바닥만 한 편의점이라도 장사를 해보니 세상엔 촘촘한 질서가 있다고 깨닫게 된다.
그중에는 ‘잘 만들었다’ 감탄하는 제도가 있는 한편,
‘대체 왜 이럴까’ 고개를 갸웃하는 관행과 규제 또한 존재한다.
무릇 좋은 세상이란 세세한 법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하고픈 사업에 충실하면
자신과 공동체의 이익으로 자연히 돌아가는 세상 아닐까.
“이것만 하시오”라고 정해주는 세상보다 “이것 빼고 다 괜찮다”는 쪽이 훨씬 역동적일 것이다.
편의점 운영과 관련해서는
점포 유리창에 불투명 시트지를 붙여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만든 것이
대표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규제다.
내부에 설치한 담배 광고를 행인들이 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조치인데,
어떤 규제든 득과 실을 따져야 않겠나.
담배 광고가 외부에서 보이는 문제가 그토록 심각한 해악인지,
그것 때문에 심야 근무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며 환한 유리창을 일부러 어둡게 가려야만 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담배 광고뿐 아니라 내부에 진열된 다른 상품까지 보이지 않아
개인의 재산권과 영업권을 침해하는 측면 또한 있다.
이 규제는 2018년 감사원이 보건복지부에 지적해 시행됐다.
법규에 따르면 담배 광고 설치 장소는 소매점 내부로 한정되어 있는데
왜 외부에서 보이냐는 것이다.
법전을 ‘글자’로만 해석한 딴죽 아닐까.
광고를 일부러 외부에 노출하는 것이 아니다. 내부가 자연스레 외부에서 보이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흡연 욕구가 폭증하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문제나 불편 없이 수십 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갑작스레 기계적 해석을 들고 나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고 안전을 위협하는 중이다.
권위주의 시대 장발 단속이나 미니스커트 규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 규제는 특수한 예외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편의점 중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행인이 없어 유리창조차 달지 않은 옥내(屋內) 편의점이 있다.
담배 판매 허가도 ‘구내 소매인’으로 별도로 받는다.
그럼에도 일괄적으로 ‘시트지 규제’에 따라야 했고, 반론의 통로를 열어주지 않았다.
하릴없이 광고를 철수해야 했는데, 그럼으로써 광고비 수입이 사라져 버렸다.
코로나19로 그러잖아도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규제가 곧 권력’이라는 관료의식 가운데 생겨나며
▲고통받는 소수의 외로운 눈물 속에 존속한다는 측면에서
편의점 유리창 시트지 규제는 ‘나쁜 규제’의 주요 속성을 백과사전처럼 보여준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신발 속 돌멩이’ 같은 규제를 없애 마음껏 사업할 여건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돌아보면 모든 정부가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며
저마다 아름다운 비유를 선보였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규제 혁파’라는 말은 집권 초기에만 유행하는 의례적 상투어처럼 되어 버렸다.
이번 정부는 다르길 기대한다.
당근마켓처럼 사회적 주목을 받는 큰 이슈뿐 아니라
서민 경제의 작은 걸림돌까지 두루 살펴주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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