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우크라이나 ‘레고 마을’에 온기를

colorprom 2022. 3. 12. 15:11

[이 한 장의 사진] 우크라이나 ‘레고 마을’에 온기를

 

입력 2022.03.09 03:00
 

동화 속 마을처럼 알록달록한 집들이 가지런히 어깨 맞대고 있다.

장난감 미니어처가 아니다.

이곳이 지금 전쟁이 집어삼킨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란 사실이 믿어지는가.

무자비한 폭격에 부서져 내장을 처참히 드러낸 그 도시 말이다.

환한 표정이 낯설다.

 

/@a_aero.kh 인스타그램

 

이 마을 이름은 ‘컴포트 타운(Comfort town)’. 우리말로 하면 ‘안락한 동네’다.

안락한 터전을 잃어버린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름이다.

레고 블록으로 쌓은 것 같은 모양 때문에 ‘레고 마을’이란 별명이 붙은 동네다.

최근 온라인에선 이 마을 사진을 공유하며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컴포트 타운은 2010년 개발하기 시작해

2019년 키이우의 옛 고무 공장 터에 들어선 우크라이나 최초·최대 복합 주거 단지다.

51헥타르(약 15만평) 땅에 180여 동이 들어섰다.

설계는 건축 사무소 아키마티카(Archimatika)가 맡았다.

 

건축적으로 ‘포스트 소비에트 시대’를 상징하는 곳이다.

 

키이우 도심은 1950~1960년대 지은 소비에트식 아파트인 ‘흐루쇼프카’가 주를 이룬다.

 

흐루쇼프카는 니키타 흐루쇼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시절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량 건설한 3~5층짜리 저가 아파트를 가리킨다.

소련 붕괴 후 대부분 방치돼 슬럼가로 바뀌었다.

 

구소련의 기억을 지우고 칙칙한 잿빛 도시를 무지갯빛으로 채색한 공간이

컴포트 타운이다. 특히 젊은 중산층에게 인기가 많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따르면 다행히 이 지역은 아직 피해가 없어 보인다고 한다.

하루빨리 포성이 멈추고 이곳이 다시 ‘안락한 동네’로 돌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