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2년 3월 7일, 월요일 밤
큰애 전화, "엄마, 오늘 얘한테 뭐 먹였어? 토하고 난리났어."
'아...김밥...!'
"엄마, 소화되지 않은 김밥이 막 나왔는데, 얼마만하게 먹였어요?"
"엄마, 설거지 안 해도 되니까 애기 잘 봐 주세요!"
'아...끙!'
한동안 감기로 콧물 줄줄 흐르고 꽤재재하던 애가
깨끗한 얼굴로 열심히 잘 받아 먹는 것에 그만 긴장이 풀렸다.
'어린이 김'으로 콩알보다도 작게 죽을 말아 김밥을 만드는 것이 귀찮기도 하여
나름 머리를 굴려 삼각김밥 기법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또한 끈적거려서
이쪽 저쪽 이중으로 김을 댄 것이 화근이었지 싶었다.
'아, 어쩌냐...미안하다. 오늘 밤 잘 자면 좋겠구만...'
[2]화요일, 아침반 담당 남편이 급하게 전화가 왔다.
"되는 대로 빨리 와. 같이 병원에 가야겠어. 밤새 토했다네."
부지런히 딸네집에 가니 마침 재택근무인 사위가 사무적으로(?) 물었다.
"얼마만 하게 자르셨어요?"
미안해 쩔쩔매는 내게 그의 눈길은...섭섭한, 사무적인, 느낌이 없는...
나를 보지 않는 그런 눈이었다. (내 죄책감 탓으로 그리 보였을지도...끙)
병원에 가면서...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시면...아, 하나님과 협상하자는 게 아니구요...ㅠㅠ
구약 100장 그림그리기, 그거 그냥 올리겠습니다.
이제 반 좀 더했지만, 그래서 그럭저럭 앞으로도 1년도 넘게 걸리겠지만,
그거 그냥 올리겠습니다.'
하루종일 출근한 큰애로부터는 민망해 하는 내게 따뜻한 위로(?)의 카톡도 없었다.
[3]수요일 투표날, 하려던 일은 하나도 못하고 기운이 쭈욱 빠져 늘어지더니
저녁무렵부터 뱃 속이 야릇하고 목구멍이 깔딱깔딱...
작은 애가 일어나 물 마셔서 아예 토하면 나을 거라고.
겨우 일어나 작은 컵으로 물 한 잔 마시자 마자 신호!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그대로 토하고 말았다. 몇 번이나.
화요일도 거의 굶고 저녁에 햄버거로 한끼 겨우 먹었는데, 그게 상했나???
사실 남편이 먼저 배탈이 났는데 남편보다 조금 늦게 내가 더 시끄럽게 탈이 났다.
[4] [안사돈]아이가 먹성이 너무좋아서 배탈이 났지요~~
아프면서 크고 힘들면서 부모되는거지요..
공짜는 없나봅니다.
오늘 놀라시고 걱정하시고 수고많으셨습니다.
미안하다 하는 내게 보내 준 안 사돈 카톡. 어찌나 고맙고 민망하던지...ㅠㅠ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오늘까지 삼일째 멀건 죽을 먹고 있다.
우리도 우리지만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엄마, 아빠까지 다 속이 이상하단다.
미안한 마음에 섭섭한 마음까지 겹친 나만 들 하실까. ㅠㅠ
역시 섭섭귀신이 제일 무섭다. 섭섭함...
남이면, 그야말로 베이비시터였다면 어땠을까?
거의 남의 손에 애 키운 나는 큰소리 한번 못 냈었다...
[5]"외손자 키워봤자 다 꽝이여. 크면 다 친가로 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외손자를 봐주나??? 라고요???
생명, 젊어서는 몰랐던 새 생명...그것 때문이지요!!!
엄마아버지 보러 다니면서 손주들 버스 태우는 내 또래 할머니들이
그렇게나 부러웠었다.
손주를 통해 복습하는 마음...
한 걸음 떨어져서 느껴보는 생명에 대한 마음...어버이 하나님 마음!
[6]오늘 또 사위가 재택근무란다.
사무실에서 양성확진자가 나왔다나.
오후반 담당자로서 사위 얼굴 마주칠 일이 좀 거시기 하다. ㅎ~
머리로는 이해하면서 가슴은 설렁~한 것이 스스로 민망하기도 하고.
아...사람 관계 공부가 끝이 없다!!!
최우선 순위, '요놈'을 보러 가는 거니까!!!
얼마나 보게 될 지 모르는 새 생명을 봐주러 가는 거니까!
세상 최고의 일을 하러 가는 거니까!!!
좁디 좁은 새가슴에 휘둘리지 않기를...
섭섭함을 실습한 것으로 감사하고,
긴장 풀린 것, 다시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 감사할 것!!!
*** 아...정말 공짜로 할머니 되는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무심코(?) 한 말로 그동안 다른 이들 마음 상하게 한 일, 죄송합니다.
*** 오늘 무사히 사위랑 잘 지내기를!!! 에효...
(사실은 내 자격지심 탓이겠지만...끙!)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나의 착한 드라마들] (0) | 2022.03.15 |
---|---|
성공과 실패 (0) | 2022.03.14 |
식욕과 감정을 이겨내야!!! (0) | 2022.02.08 |
아버지, 하늘나라로 이사가셨습니다 (0) | 2022.01.29 |
아버지 임종 맞을 준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0) | 2022.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