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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마지막 순간 딸 그리는 詩 읊은 ‘아버지 이어령’

colorprom 2022. 3. 4. 14:54

生의 마지막 순간 딸 그리는 詩 읊은 ‘아버지 이어령’

 

딸 이민아 목사 10주기 맞아 준비한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서문
별세 나흘 전 출판사에 전화로 불러줘
‘한국인 이야기’ 등 遺作 30여권 남겨

 

입력 2022.02.28 15:16
 
1981년 이화여대 졸업식장에서 이어령 교수(사진 오른쪽)와 딸 이민아 목사(사진 왼쪽).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살던 집이 있을까

네가 돌아와 차고 문을 열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네가 운전하며 달리던 가로수 길이 거기 있을까

네가 없어도 바다로 내려가던 하얀 언덕길이 거기 있을까.

바람처럼 스쳐간 흑인 소년의 자전거 바퀴살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을까.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아침마다 작은 갯벌에 오던 바닷새들이 거기 있을까.

-이어령,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지난 26일 타계한 이어령 이화여대명예석좌교수는

서른 권 가까운 유작을 남겼다.

다음달 출간되는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열림원)는

2012년 암으로 세상을 뜬 맏딸 이민아 목사를 그리며 쓴 시집.

숨을 거두기 전까지 이 시집을 붙들고 있던 이어령은

별세 나흘 전인 지난 22일 출판사 편집자에게 전화로 시집 서문을 읊어주었다.

 

네가 간 길을 이제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2022년 2월

이어령

 

다음달 15일은 이민아 목사의 10주기.

헌팅턴 비치는 이 목사가 미국 생활 중 살던 LA 인근 지명이다.

김현정 열림원 주간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책 걱정만 하셨다”고 전했다.

 

열림원은 이밖에 스무 권으로 기획한 이어령의 ‘대화록’ 시리즈도

유족과의 협의를 거쳐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첫권 ‘메멘토 모리’가 출간된 데 이어

4월쯤 두번째 책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가 나온다.

 

파람북 출판사도 이어령이 6년 전부터 작업중이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를 출간할 예정.

이어령은 당초 열두 권으로 기획되었던 책을 최근 열권으로 압축했다.

두번째 책 ‘젓가락의 문화 유전자’가 빠르면 3월 중 나오고

인공지능을 다룬 ‘알파고의 추억’(가제),

일제 강점기를 유년의 눈으로 들여다 본 ‘회색 교실’(가제) 등이

올해 안에 출간된다.

나머지 여섯 권은 ‘천·지·인·의·식·주’를 주제로 한다.

정해종 파람북 대표는

선생님이 와병중이기도 했지만

마침표를 찍을만 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른다며

계속 내용을 보완하셔서 출간이 늦어졌다”고 했다.

 

한편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 속에 저작 판매량도 늘었다.

김현정 열림원 주간은

“주말동안 주문이 많이 들어와

‘메멘토 모리’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지성에서 영성으로’ 등이

모두 중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