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김규나] [150]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colorprom 2022. 2. 23. 13:55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0]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입력 2022.02.23 03:00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자, 기회가 왔으니 그동안 무엇이든 하자.

우리 같은 놈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야.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란 말이다.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벽보가 거리마다 나붙었다.

파라다이스를 약속하며 근사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후보는

자그마치 14명이나 된다.

당선되리라는 확신보다 다른 무언가를 위해 대통령 후보였다는 이력이 필요해서

나선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도 유권자는 그들 중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줄 인물이 있으리라 믿고 싶어 한다.

 

2주 더! 3주 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요한 지

2년이 넘었다. 하지만 확진자는 계속 증가했고 최근엔 10만명을 넘었다.

국민은 무엇을 기다리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 까다로운 방역 지침을 지켜온 것일까?

 

두 남자가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왜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가 꼭 온다는 보장도 없다. 그를 만나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도 날이면 날마다 고도를 기다린다.

 

많은 독자가 연극으로 접했을 이 허망한 작품은

하나 마나 한 소리,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행동을 반복할 뿐,

고도는 끝내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기다린다.

누군가는 출세와 권력을, 어떤 이는 정권 재창출 또는 정권 교체를 기다린다.

사람들 대부분은 조금 더 좋은 사회를,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세상을 바란다.

무엇보다 마스크 없이 공부하고 백신 없이 일하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기다린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것만이 살아갈 힘이 될 때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또 많은 사람이 신바람 나는 미래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