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58]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달빛 아래선 흑인 아이들도 푸른빛이 된다
샤이론(앨릭스 히버트 분)은 왜소한 체구 때문에 어려서부터 ‘리틀’이란 별명을 듣는다.
그 별명답게 소심하고 숫기가 없어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당한다.
집으로 돌아가면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엄마 폴라가
늘 술과 약에 취해 샤이론을 맞는다.
엄마와 친구들을 피해 도망 다니던 샤이론은 창고 구석에 숨어 있다가
후안(마허셜라 알리 분)이라는 사람 좋은 아저씨와 친구가 되지만
후안은 폴라(나오미 해리스 분)에게 마약을 파는 마약상이었다.
영화 ‘문라이트(Moonlight∙2017)’의 한 장면이다.
후안의 직업을 모르던 샤이론은
세상과 달리 자신에게 다정한 후안과 후안의 아내 테레사(저넬 모네이 분)에게 의지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여느 날처럼 학교에서 싸우고 돌아온 샤이론.
후안은 샤이론의 기분을 풀어주려 바다에 데리고 간다.
약한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샤이론에게 후안은 어른의 충고를 건넨다.
“어느 시점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At some point you gotta decide for yourself who you gonna be).”
자신 없어 하는 샤이론의 표정. 후안은 다정한 눈으로 다시 말한다.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길 순 없어(Can’t let nobody make that decision for you).”
오늘도 학교에서 불량배들과 싸우고 얼굴에 멍이 든 샤이론은
해변에 나갔다가 유일하게 다정한 친구인 케빈과 마주친다.
그리고 둘은 오래전부터 느끼던 애정을 비로소 표현하며 다정한 손길을 나눈다.
푸른 달빛이 두 사람을 감싸 안는다.
언젠가 후안에게 들은 말처럼 달빛 아래선 피부색도 정체성도 모두 상관없다.
“달빛 아래선 흑인 아이들도 푸른빛이 된다(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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