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한국의 응원에 감동한 일본

colorprom 2022. 2. 17. 23:03

[특파원 리포트] 한국의 응원에 감동한 일본

 

입력 2022.02.17 03:00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의 히라노 아유무가
시상대에 올라 웃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일본도 국가 대표 선수들 때문에 울고 웃는 나날이다.

일본 선수들이 동계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16일 현재 금2 은5 동7)을 갈아치울 정도로

선전하자, 신문도 TV도 온통 베이징 올림픽 이야기뿐이다.

가장 주목받은 선수를 꼽자면 단연 히라노 아유무(24)다.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 11일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장 165㎝로 작은 키인 그가 심판의 석연치 않은 채점 결과를 딛고 끝내 우승하자

열도가 들썩였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히라노 관련 소식이 큰 관심을 받는다.

재미있는 건 많은 일본인이 한국 방송사의 히라노 경기 중계 영상을 공유했다는 점이다.

 

영상 속 해설자들은 히라노에게 “가자!”를 외친다.

그의 점수가 공개된 순간엔 “아유무가 드디어 심판을 설득했다”고 기뻐한다.

감격한 목소리로 “신체의 한계는 장벽이 아니다”

“(스포츠는)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한국 해설자들의 히라노 응원 열기가 일본인에게도 큰 감동을 준 모양이다.

한국 관련 소식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

댓글 반응은 차마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국 해설의 열정이 한일 관계도 해결해 줄 것 같다”

“한국어를 모르지만 그저 마음이 좋다”

“역시 스포츠는 참 좋다” 같은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만 보고 있으면 (양국 관계가) 험악하게만 느껴지지만

현실 세계 대부분은 이럴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평창 금메달 선수 고다이라가 17위로 부진하자

한국의 방송 해설위원 이상화가 울먹인 장면도 크게 화제가 됐다.

일본의 한 외교관은 “이런 한국인의 생생한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얼어붙은 양국민 마음을 녹여줄 것”이라는 말이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라지만, 실제 일본인들을 만나면

한국인에게 받은 호의와 친절에 감동한 일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지한파 일본인 다수는 “한국 관련 일을 왜 하게 됐냐”는 질문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친절한 한국인들에게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양국 관계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간 일본에서 총리가 두 차례 바뀌었지만

정식 대면 정상회담은 한 차례도 성사되지 못했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민간 교류도 꽉 막혔다.

그나마 지난 12일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취임 3개월 만에 양국 외교장관이 직접 만나

회담했다.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지만

“그래도 솔직한 의견 교환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위 관료도 민간도 직접 만나 교류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상황이 어려워도 실제로 만나야 보이는 것들이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