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다시 온 론·야스 시대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재임 당시 일본열도를 ‘불침(不沈) 항모’라고 했다.
공산주의를 막는 자유세계의 항공모함이라는 뜻이다.
“미·일은 공동 운명체”라고 했다.
“미국의 전쟁터가 되겠다는 소리냐”는 국내 반발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함께 미·일 동맹을 최고의 시대로 이끌었다.
그때 두 정상의 이름을 딴 ‘론·야스 관계’는 지금도 양국의 밀월 시대를 상징한다.
▶일본의 근대 외교사는 단순하다.
근대화 성공, 열강 편입, 경제 대국 도약 등 잘된 역사는 미국과 친했을 때다.
미국과 멀어졌을 때 처참하게 패망했다. 핵폭탄까지 떨어졌다.
그때 왜 반미(反美)를 했는지는 일본사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다.
당시 일본 정치를 지배한 육군 엘리트들의 유학 지역이 독일이 아니라 미국이었다면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는 역사가도 있다.
▶이런 일본이지만 얼마 전까지 실수를 반복했다.
2009년 권력을 잡은 일본 민주당은 ‘동아시아 공동체론’을 내세워 중국에 접근했다.
미국과는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 문제로 대립했다.
무엇이든 자민당과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안달할 때였다.
중국은 그런다고 잘해주는 나라가 아니다.
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기자 즉각 일본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침해했다.
미국은 일본의 도움 요청에 “다른 나라 주권 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이 없으면 동북아에서 일본은 주권조차 지키지 못하는 나라였다.
▶미·일 동맹은 70년이 넘었다.
미국의 아시아 안보를 떠받치는 대들보라고 한다.
하지만 나카소네 총리처럼 끝없이 실천하지 않으면
미·일 안보 조약은 문서상 약속에 불과했다.
그 후 일본은 쿼드, 반도체 등 미국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요구할 때마다
앞장서서 미국 편을 들고 있다.
미국에서 새 대통령이 나오면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선물을 안기려고,
미 대통령의 첫 전화를 받으려고,
미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지가 되려고 노력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미·일 관계가 다시 사상 최고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센카쿠가 “미·일 공동 방어 대상”이라고 했다.
미국이 지킨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측근인 신임 주일 대사는
일본이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섬 4개에 대해 “일본 땅”이라고 했다.
독도를 제외한 일본의 다른 영토 문제에서 모두 일본 편을 들었다.
일본은 철강 관세 특혜도 받았다.
중·러와 대립하는 미국의 전선에서 일본이 맨 앞자리를 자청해 얻어낸 성과들이다.
한국은 일본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어느 쪽이 현명한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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