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누가 한국의 ‘제무르’일까
지난 5일 프랑스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에리크 제무르의 대선 출정식에 갔다가
적잖이 놀랐다.
파리 근처 집회장에 모인 1만5000여 명의 열성 지지자 중
적어도 40% 이상이 20~30대였다.
제무르는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대중 영합주의자)다.
프랑스의 가치를 존중 않는 이민자들을 모두 내쫓고,
EU(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프랑스인 모두가 행복하게 잘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민자와 EU의 엘리트들에게 빼앗긴 프랑스를 되찾아 민중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하자
집회장의 젊은이들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다.
제무르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프랑스 언론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7일부터 TV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마다
“왜 Z세대(1990년 이후 출생 세대)는 제무르를 지지하는가”를 묻고 답하는 내용이
쏟아졌다.
이 중 두 가지 이야기가 바로 한국을 연상케 했다.
하나는 기성세대보다 가혹한 취업 환경과 소득 감소로 인한 불안감.
또 하나는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기성세대가 정의한 ‘약자’에 대해 무조건적 관용을 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이다.
이 두 가지가 젊은이들을 분노케 하고,
결국 이민자와 EU에 화살을 돌리며 “단칼에 해결하겠다”고 외치는
포퓰리스트의 지지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도 비슷한 불안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을 얻을 기회, 내 소유의 집 한 칸 마련할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적은 기회를 놓고 같은 약자 처지인 ‘이대녀(20대 여성)’와 ‘이대남(20대 남성)’이
서로 차별·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대립한다.
불공정과 특권이 ‘정치적으로 옳다’고 치장되는 일도 허다하다.
힘 있는 아빠·엄마 혹은 형·동생 덕분에 대학에 가고, 취업하고, ‘떼돈’을 벌어도,
속한 진영이나 출신 성분 덕에 “그건 상황이 다르다”며 옹호받는다.
프랑스의 어려운 현실이 모두 이슬람 이민자나 EU의 탓일 수는 없다.
생각보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상황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매사를 재벌, 친일파, 투기꾼, 적폐 세력 등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며
손쉬운 해결을 말하는 이들이 이미 있다.
제무르 같은 포퓰리스트 후보가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공교롭게 한국도 프랑스와 같은 시기에 대선을 치른다.
20~30대의 불안감과 피로감을 해결하는 방식이 분명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합리적이고 치밀한 정책과 설득으로 승부하는지,
아니면 누군가를 탓하며 단칼에 해결하겠다고 나서는지 지켜보라.
누가 한국의 ‘제무르’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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