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신오쿠보에서 미래를 본다
입력 2021.08.17 03:00
요즘 내 도쿄 친구들 사이에선 지난 올림픽보다 더 화제였던 소식이 있다.
도쿄의 코리안타운 신오쿠보에 매콤한 한국식 칼국수집이 생길 것 같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유학하며 한식 고수가 된 친구들은
신오쿠보에 한국에서나 보던 가게가 생길 때마다 흥분한다.
일본인 입맛에 맞게 바뀐 한식보단 매워도 본토의 맛이 좋단다.
지난주 신오쿠보에 가보니 정말 한국에서 보던 칼국수집 간판이 있었다.
‘한국식 샤브샤브’라는 설명도 눈에 들어왔다.
칼국수집 바로 옆은 간장게장집 간판이 걸렸다.
여느 한국 동네 아파트 상가 풍경 같아 놀랐다.
지난 7월 말 일본에 들어와 이제 막 도쿄 생활을 시작했다.
한 달도 안 된 짧은 기간이지만 커진 한국의 존재감을 벌써 여러 번 느꼈다.
2년 전 도쿄 연수를 할 때도 ‘한류 붐이 대단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더하다.
격리 기간 애용한 음식 배달 앱 ‘우버이츠’를 보면
가끔 여기가 서울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순두부찌개, 야키니쿠 같은 전통의 인기 메뉴는 물론이고
김밥, 치킨, 짜장면, 삼겹살까지 골라 가며 먹을 수 있다.
TV를 틀어두면 배경 음악으로 익숙한 한국 가수의 노래가 들려온다.
넷플릭스를 켜도 인기 순위엔 한국 콘텐츠가 빠지는 일이 없다.
신오쿠보도 그렇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도쿄 번화가 유동 인구도 반 토막이 났다.
도쿄 중심가에 집을 구했는데도 주변 상점가엔 휴업 중인 가게가 잔뜩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신오쿠보는 그새 덩치를 불렸다.
신오쿠보역에서 신주쿠역 방향으로 난 작은 골목마다 못 보던 가게가 늘어섰다.
코로나 집콕 생활 동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콘텐츠에 빠진 일본인이 늘어난 덕분이다.
어린 학생들 사이엔 ‘도한(渡韓) 놀이’라는 말도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 여행 온 기분을 내려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치킨·떡볶이를 먹고 노는 것이다.
물론 이런 트렌드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오면
일본 네티즌들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발끈한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은 “‘도한 놀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뿐
한국 영상을 보며 한국 음식 파티를 하는 사람은 정말 많다”고 한다.
일본에 오기 전까진
“한·일 관계는 이제 끝난 것 같다” “일본도 한국에 더는 무르지 않다”는 식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018년 강제 징용 판결과 2019년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거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고 팬데믹 동안 민간 교류까지 막혔기 때문이다.
관계 개선의 작은 계기가 될까 싶던 양국 정상회담도 도쿄올림픽 직전 취소됐다.
하지만 또래의 생활로 눈을 돌리면 또 다른 차원의 한·일 관계가 있다.
재난 상황에 처한 한·일 관계의 미래를 여기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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