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LIVE] 대통령 되려면 ‘키신저’부터 찾아라
미·중 경쟁 갈수록 격렬해지는데 외교 혜안 가진 대선후보 안 보여
미중 전략 경쟁 이해가 핵심
국익 지킬 진짜 전략가 구해야
입력 2021.08.13 03:00
북한 김여정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별로 놀랍지 않았다.
북한의 훈련 중단이나 주한 미군 철수 요구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히 협의하라”고 했을 때,
이어 통일부와 국정원도 훈련 연기론에 맞장구를 쳤을 때,
그리고 더불어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74명이
일사불란하게 한·미 연합 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집단 성명을 냈을 때는 놀랐다.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의원들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들은 몇 년 더 국회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게 안보 위기가 아니면 무엇이 안보 위기인가.
이 위기는 김정은·김여정에겐 성공이었다.
2017년 초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당시 국정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주한 미군은 우리가 북한에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미 연합 훈련도 북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은 한·미 동맹이 있으면 한·미 연합 훈련이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3년 전 문재인 정부가 기정사실로 북에 주장했던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 배려하고 코로나 위기 겪으며 졸아들어
이젠 훈련 연기가 ‘신중한 협의의 대상’이 되는 수준으로 물러섰다.
이 상황이 다음 대통령이 맞닥뜨리게 될 한반도 내부의 안보 지형이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우리는 지금 미·중 전략 경쟁의 한가운데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의 파고는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칠고 낯설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최근 펴낸 특별 보고서 ‘미중경쟁 2050’ 시리즈를 보면,
미·중 경쟁의 역사적 경로엔 두 개의 중요한 기점이 있다.
하나는 미·중 간 국내총생산(GDP) 역전이 예상되는 2030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중의 군사비 지출과 군사력이 균형점에 근접하는 2050년이다.
2030년부터 생각해보자.
미·중의 경제력이 백중세를 이루게 될 이 시기를 전후해
첨단 기술, 통화, 에너지 분야에서 미·중의 첨예한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보고서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고
가치·규범 분야에서 중국 정치 체제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미국의 대공세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군사비 균형이 이뤄지는 2050년을 전후한 시기의 미·중 경쟁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야 할 만큼 더 치열하고 더 격렬해질 것이다.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미·중 전략 경쟁을 읽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그때그때 대충 넘어가는 미·중 눈치 보기로는 안된다.
실패한 북핵 협상의 잔해를 뒤져 헛된 기대에 매달리고,
급하면 반일을 내세워 국내 정치와 외교를 혼동하는 문재인 정부식 외교가 아닌
진짜 전략 말이다.
문제는 여야 대선 후보를 다 둘러봐도
이런 시대를 헤쳐갈 혜안을 가진 전략가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벼락치기 공부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들은 자신만의 ‘키신저’를 구해야 한다.
닉슨은 국내 정치에선 실패한 대통령이었지만
키신저라는 대전략가를 곁에 둔 덕에
미·소 냉전 체제를 흔드는 변화를 가져온 공은 인정받았다.
레이건 대통령처럼 ‘헤리티지연구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 집단의 정책 세트로 성과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 지도자가 어떤 경우에도 꼭 기억해야 할 한마디는 닉슨에게 빌리고 싶다.
1972년 닉슨이 역사적인 중공 방문 때 전용기에서 내려 중국 측 대표에게 처음 한 말이
“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곳에 왔다”였다.
세계 평화도 아니고 옆 나라 안정도 아니었다.
내 나라의 이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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