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팬데믹 가운데 태어난 반인반수 소년… 귀여움에 빠져들 수밖에
[STREAM or SKIP?]
드라마 ‘스위트 투스 : 사슴뿔을 가진 소년’
‘매드 맥스’가 ‘밤비’를 만났을 때
입력 2021.06.21 11:04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지고,
모든 아기들이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바이러스가 아기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아기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는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넷플릭스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쳤을 때,
혼란한 세상에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잡종들이 태어난다.
새의 날개, 사슴 얼굴, 돼지코를 갖고 태어나는 이 아기들을
세상은 ‘하이브리드’라 부른다.
하이브리드가 바이러스를 불러온 건지,
바이러스로 하이브리드가 태어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인간은 10년째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지 못했고,
세상엔 더 이상 정상적인 아기들이 태어나지 않는다.
두려운 어른들은 마지막 남은 인류를 보호하겠다며 하이브리드를 사냥한다.
그러나 어떤 부모들은 이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낸다.
10년 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국립공원 숲 속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아온 주인공 거스(크리스천 콘버리).
사슴 뿔과 귀를 갖고 태어났다.
아빠 퍼버는 완벽히 격리된 세상에서 거스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어느 날 아빠가 병에 걸려 죽고, 거스가 홀로 남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거스의 '덩치 아저씨' 제프. 팬데믹 전엔 잘나가는 풋볼 선수였지만,
이후 살기 위해 옳지 못한 선택을 하고 방황했다.
피 한방울 안 섞인 두 사람은 긴 여정을 함께하며 가족처럼 끈끈해진다./넷플릭스
아빠의 보호막이 사라진 세상에서 거스는 자신을 지켜줄 또 다른 어른을 만난다.
우연히 맞닥뜨린 덩치 큰 아저씨 제프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들고 엄마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인류 암흑기 로드트립이란 점에서
영화 ‘매드 맥스’와 비슷한 설정인데,
‘스위트 투스’ 속 디스토피아는 사막이나 어둠과는 거리가 멀다.
인류 문명은 쇠락해도 자연은 회복 중이다.
이 세상에 사는 주인공 거스는 사슴이 주인공인 디즈니 만화 밤비처럼 사랑스럽다.
이 때문에 드라마엔 ‘매드맥스 + 밤비’란 수식어가 종종 붙는다.
심리 치료사로 일하며 인생을 재미 없게 흘려보내던 에이미(왼쪽)는
팬데믹 이후 버려진 동물원에 자리잡고 돼지코 소녀 웬디를 돌본다.
이곳은 하이브리드들의 보호소가 된다./넷플릭스
누군가 동물원 앞에 놓아두고 떠난 돼지코 소녀 웬디./넷플릭스
거스 말고도 세상과 굳건히 맞서는 이들이 또 있다.
버려진 동물원에서 돼지코를 가진 소녀를 입양해 숨겨 키우는
심리치료사 에이미(다니아 라미레스)다.
소문을 들은 하이브리드들이 이 보호소로 몰려든다.
또 다른 의사 싱 박사(아딜 악타르)는 동료로부터 비밀리에 얻은 의문의 치료제로
10년 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내를 돌본다.
치료제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그는
평생 지켜온 신념을 뒤로하고 끔찍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경계하는 인간들, 무질서와 혼돈, 무법지대···.
팬데믹을 예측한 영화들이 대부분 불신과 무질서를 실감나게 그렸다면,
이 드라마는 그 와중에도 인간다운 삶을 꿋꿋이 살아내는 이들에 집중한다.
하이브리드를 죄 의식 없이 죽이고 바이러스 감염자를 불태우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지만
끝까지 인간다움을 잊지 않는 이들로부터 희망을 본다.
드라마 속 팬데믹 상황은 우리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넷플릭스
마블의 아이언맨으로 알려진 로버트다우니 주니어가 제작했다.
2009년 발매된 제프 러미어의 만화 시리즈를 드라마화했는데,
원작은 마블이 아닌 DC 코믹스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6월 뉴질랜드에서 파일럿을 촬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과 중무장한 의료진, 일상이 된 마스크,
넘쳐나는 환자들로 마비된 병원···.
제작진이 조류독감과 사스를 참고해 그려낸 팬데믹 상황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은 팬데믹과 놀랍도록 닮았다.
/넷플릭스
STREAM it!
◇속수무책 빠져드는 귀여움! 힐링이 필요하다면
간만에 만난 판타지 수작이다.
갓난아기였던 거스의 10년을 담은 1회를 보고 나면
당초 이 영화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던 사람들도 거스의 껴안아주고 싶은 귀여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반은 동물, 반은 인간의 모습을 한 ‘하이브리드’의 외관에 큰 공을 들였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거스의 사슴 귀는 신날 땐 한껏 위로 솟고, 속상할 땐 아래로 축 처진다.
사슴의 외관을 타고난 거스는 소리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모든 자극에 귀가 가장 먼저 반응한다. 눈보다도 귀가 먼저 움직인다.
구부러지는 라텍스 사슴 귀는 인형 조종사가 송신기를 손에 쥐고 매 장면 직접 조종했다.
주인공 거스의 표정과 귀 움직이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게 관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조종사가 촬영장에서 내내 거스의 뒤를 쫓아다니면서 뛰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반은 짐승, 반은 사람 모습을 한 아기들이다./넷플릭스
거스보다 더 동물의 모습에 가까운 갓난 하이브리드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지 않고 실제 움직이는 인형들을 활용해 촬영했다.
신생아실 장면에선 한 아기 당 서너 명의 조종사가 달라붙었다.
가슴엔 호흡 장치가 설치됐다.
쌔근쌔근 숨 쉬고 갓난아기처럼 움직이는 실감 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눈 호강, 귀 호강... 영상미와 사운드트랙이 중요하다면
왼쪽부터 하이브리드를 보호하는 집단의 우두머리 베어, 사슴 뿔 소년 거스, 덩치 아저씨 제프. 모든 장면은 뉴질랜드에서 촬영했다./넷플릭스
촬영지인 뉴질랜드가 코로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덕에 지난해 촬영이 수월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언덕과 색색으로 피어난 꽃, 깎아지른 절벽은 대부분의 인류가 사라진 후 자연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린다. 거스와 제프가 미국을 가로지르는 동안 자연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드라마 크리에이티브 팀은 이 세계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후변화 컨설턴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감각적이고 적절한 사운드트랙도 화제다. 아이슬란드 밴드 ‘오브 몬스터즈 앤 맨’의 ‘Dirty Paws’가 흐르는 1화 마지막 장면은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과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삽입돼 국내에도 알려진 곡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레코드판에서 흐르는 음악을 들은 거스가 흥분을 주체 못 하고 몸을 흔드는 장면은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이때 쓰인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의 ‘Can’t Get Next To You’, 감염자를 산 채로 불태우는 끔찍한 장면과, 거스가 하이브리드 친구들을 처음 만나는 희망적인 장면에서 두루 쓰인 크리스 배스게이트의 ‘Auld Lang Syne’ 등 노래가 인상적이다.
SKIP it!
◇또 전염병?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이제 지겹다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국립공원 내 깊은 숲속에서 10년 간 아빠와 함께 숨어 살아온 주인공 거스. "바깥 세상엔 큰 불과 나쁜 사람들만 가득하다"는 아빠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넷플릭스
드라마는 거스의 성장을 중심으로 흐르지만, 그 배경은 암울하고 폭력적이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를 정확히 예견한 영화!’ 등 수식어가 붙은 팬데믹 영화를 너무 많이 접했다. 이런 설정이 지겹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원작 만화보다 전염병의 심각성을 줄였다. 감염자들이 끙끙 앓고 새끼손가락을 덜덜 떨기는 하지만, ‘심한 독감’에 가까운 바이러스로 묘사했다. 또 드라마가 그린 팬데믹 이후 세계는 디스토피아보단 자연과 인간성의 회복에 더 초점을 맞췄다.
판타지 장르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열살 소년 거스의 여정은 성인 입장에서 봤을 땐 너무나 쉽게 예측 가능한 측면이 있다. 한참 장난기 많은 나이대의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만큼 시종일관 멋대로 행동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 답답하기도 하다. 말 안 듣는 초등학생이 싫다면 조금 짜증이 날 수 있다.
10년 간 아기를 보호한 아버지 퍼바(왼쪽)와 거스의 행복한 한때. 퍼바는 거스의 7살 생일 선물로 직접 만든 개 인형을 선물한다./넷플릭스
개요 드라마 l 미국 l 판타지 l 2021 l 시즌 1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매드 맥스와 밤비의 만남
평점 로튼토마토?98% IMDb⭐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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