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간결하다”… 100년 전 이방인이 연구한 조선 미술
1929년 펴낸 첫 한국미술 通史 등 100여점 전시
김달진박물관 ‘외국 연구자의 한국미술 연구‘展
입력 2021.01.13 03:00
1929년 안드레아스 에카르트가 펴낸 책 '조선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 표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내가 동아시아 미술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오스트리아 빈 박람회에서 접한 일본 공예품 전시를 통해서였다.
당시에는 ‘조선 미술은 존재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질 정도로
조선 미술에 입문할 수 있는 책이 적었다.”
독일 성 베네딕도회 신부이자 한국학자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트(1884~1974)는
1929년 출간한 ‘조선미술사’ 서문을 이렇게 시작했다.
1909년 선교사로 조선에 파견된 그는 20여 년간 한국에서 활동하며
특히 미술 연구에 몰두해 최초의 한국 미술 통사(通史)를 펴냈다.
에카르트는 이 책에서 조선 미술의 특징을 ‘놀라운 간결성’이라고 규명했다.
“과장과 왜곡이 많은 중국의 예술이나 형식이 꽉 짜인 일본 미술과 달리,
조선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고전적이라고 할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2003년 ‘에카르트의 조선미술사'(열화당)를 번역 출간한 권영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에카르트는 조선미술에서 그리스미술의 특성을 발견함으로써
조선미술을 고전미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며
“예컨대 석굴암 부조상들은 극히 정신적이고 고귀한 작품으로서
중국에는 비교 대상이 없다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1920년대 초 안드레아스 에카르트(앞줄 왼쪽 세번째)가
원산성교회 내 소년교리연구회 사람들과 찍은 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국 미술을 연구한 성과물을 모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외국 연구자의 한국 미술 연구’전이
서울 종로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말부터 현재까지 한국 미술을 다룬 외국 연구자 16명의 단행본과 번역본,
전시 팸플릿, 기사, 사진 등 100여 점을 선보인다.
김달진 관장은 “한국 미술의 위치를 좀 더 국제적 시각에서 가늠하고자 기획했다”고 했다.
일본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첫 한국 방문 때
해인사 삼층석탑 앞에서 찍은 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민예 운동가이자 미술 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의 초기 원고
‘조선의 미술’(1922),
미국 조지아대 교수 엘런 프새티 코넌트의 기획으로
해방 이후 최초로 해외에서 개최된 ‘한국 현대미술전’(1958) 팸플릿 등이 나왔다.
한국 책거리 그림 연구의 선구자인 케이 E. 블랙(1928~2020),
한국 민중미술 연구자인 후루카와 미카의 책까지
세부 주제로 점점 더 정교해지는 연구 흐름을 볼 수 있다.
송미숙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우리 미술을 ‘안에서 밖으로'가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를 통해,
외국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4월 24일까지.
1962년 펴낸 에블린 맥퀸(1907-2012)의 책
'한국의 미술'(The Arts of Korea: An Illustrated history).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영국 런던대학 SOAS 교수 샬롯 홀릭의 책
'한국미술'(Korean Art from the 19th Century to the Present). 2017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2018년 일본의 한국 민중 미술 연구자 후루카와 미카(古川美佳)가 펴낸 책
'한국의 민중미술'.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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