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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힐빌리의 노래’

colorprom 2020. 12. 5. 15:29

[魚友야담] 힐빌리, 미국 개천龍 유감

 

[아무튼, 주말]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0.12.05 03:00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절멸’했다고 알려진 신화 속 존재가 있습니다. 개천용(龍).

한국과 미국에서 이 멸종 동물을 소재로 한 대중문화가 화제입니다.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 용’과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

 

실존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하기는 했지만, ‘날아라’는 코미디 장르의 픽션입니다.

 

반면 ‘힐빌리의 노래’는 진지한 드라마. 하지만 이 미국 개천 용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더군요.

메타크리틱(metacritic.com)은 100점 만점에 41점,

로튼토마토닷컴(rottentomatoes.com)은 신선도 19%. 낙제에 가까운 점수더군요.

 

‘힐빌리의 노래’ 원작은 J D 밴스가 쓴 동명(同名)의 자전 고백록입니다.

개인적으로 3년 전 원작의 서평을 썼던 터라, 더 관심이 있었죠.

 

영화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마약 중독 어머니 밑에서 악전고투하던 가난한 백인 소년은 어떻게 예일대 로스쿨에 합격했나.

’미국 개천 용'이라는 비유가 나온 이유죠.

 

하지만 가난과 불운을 극복하는 청년 스토리는 언제나 100전 100승인 걸까요.

미국이건 한국이건 사다리가 사라졌다고 분노하는 이 2020년에?

 

영화와 달리 책은 출간 당시 대단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백인 노동자가 트럼프를 지지한 진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었죠.

밴스는 힐빌리(산골 마을 백인)나 레드넥(빨간 목)이라는 멸칭으로 불리던 백인 노동자 출신.

엘리트 학자들의 차가운 분석이 아니라 내부자의 고백이었던 겁니다.

 

책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영화가 담아낸 성공 스토리. 또 하나는 영화가 생략한 고발입니다.

 

백인 고교생 밴스는 아르바이트 2주를 해야 티본스테이크 값을 벌 수 있는데,

이웃집 마약 중독자는 판판이 놀고 먹으며 실업수당으로 사먹더라는 것.

앞집 흑인 여성은 정부가 준 푸드 스탬프로 바꾼 코카콜라 두 상자를 우리 집에 가져오더니

현금과 바꾸자고 제안했다는 것.

 

밴스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정부의 복지 제도에 기대 놀고 먹는 사람들이 사회를 비웃는다.

우리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일 일터에 나간다는 이유로 조롱받고 있다.”

그런데도 영화는 ‘개천 용’으로만 이 책을 소비했으니, 차가운 대접을 받을 수밖에요.

 

PC(Political Correctness).

소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이 거셉니다.

실제로는 ‘내로남불’하면서 입으로만 정의와 도덕을 외치는 사람들.

‘정의로운 포퓰리스트’들이 늘 문제입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수웅·주말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