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200] It’s me
입력 2020.12.05 03:00
1959년 뉴욕. 작은 체구의 여인이 피를 토하듯 노래합니다.
‘내 사랑이 내 품에 돌아오게 해주오/
내 가슴 밑바닥에서 외로움이 울부짖어요.’
전기 영화 ‘라 비 앙 로즈(La Vie En Rose·사진)’의 ‘여인’은 가수 에디트 피아프.
‘내 사랑’은 프랑스 복서 마르셀 세르당.
‘장밋빛 인생’을 맛보여준 이 연인은 그녀 곁에 없습니다.
‘하늘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이 끝 소절을 부르다 피아프가 쓰러집니다.
4년 후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치명적 병의 하나를 이 명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질병은 외로움이다
(The biggest disease known to mankind is loneliness).’
영화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피아프가
20세기 프랑스 최고 가수 자리에 오르고도 허무하게 무너져야 했던 인생 역정을 추적합니다.
불행하게도 그녀에겐 기쁨과 고통, 행복과 비극이 늘 함께 찾아옵니다.
무명의 피아프를 세상에 처음 알린 후견인이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나,
보고 싶다는 뉴욕의 그녀를 기쁘게 하려고
‘내 사랑’이 프랑스에서 달려오다가 추락사하는 사건에서처럼.
기자가 묻고 피아프가 답합니다.
“죽음이 두렵습니까?”
“외로움만큼은 아니에요.”
평생 술과 모르핀으로 외로움을 달래다 보니 사십 대 초에 이미 노인 형상이 된 피아프.
그녀가 어쩌면 마지막 무대일 올랭피아 뮤직홀 공연을 앞두고 흔들립니다.
무대가 두려워진 건데, 때마침 신곡을 받아 들자 마음을 바꿉니다.
‘이건 내 얘기야. 내 인생 이야기야(It’s me. That’s my life).’
곡명은 ‘아뇨, 후회하지 않아요.’
‘난 도피하려고 노래한다.’ 그리 말했을 만큼
슬픔과 외로움으로 점철된 현실을 잊어보려 싸운 피아프가
자신에게 약속하듯 절창(絶唱)합니다.
‘다 부질없기에 어떤 것도 후회 안 해요/
내 인생과 기쁨을 이젠 당신과 시작할 거니까
(For my life, for my joys/ Today, they start with you).’
생의 마지막 순간, 그녀는 인생과 기쁨을 천국에서 함께 시작하고픈 ‘당신’을 떠올립니다.
가난했던 길거리 가수 어머니와 곡예사 아버지를.
17세에 낳고서 제대로 돌보지 않아 죽은 자신의 젖먹이 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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