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이수영 새문안교회 은퇴 목사

colorprom 2020. 11. 6. 16:43

 

“거짓 판치는 세상 이기는 길? 그래도 정직뿐”

 

이수영 새문안교회 은퇴 목사, 교회 개혁 ‘그의 백성 운동’ 나서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0.11.06 03:00

 

'그의 백성 운동'을 펼치는 이수영 목사는 "크리스천부터 겸손 정직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들고 있는 것은 종교개혁가 칼뱅의 동상이다.

이 목사는 "항상 칼뱅의 동상을 곁에 두고

'나는 칼뱅의 정신 대로 살고 있는가, 행동하고 있는가'를 묻곤 한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한국 개신교가 왜 사회와 국민에게서 신뢰를 잃고 영향력도 잃었을까요?

교만했고, ‘교회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편법도 마다하지 않고,

물질 만능 주의가 교회에도 침투한 때문입니다.

그래서 겸손, 정직, 검소를 모토로 스스로 개혁하자는 운동을 시작합니다.”

 

이수영(74) 새문안교회 은퇴 목사가 ‘그의 백성(HIS PEOPLE) 운동’을 시작했다.

‘그의(HIS)’는 물론 ‘하나님의’란 뜻이다.

여기에 겸손(Humility), 정직(Integrity), 검소(Simplicity)의 영문 첫 글자를 따 의미를 더했다.

 

지난달 31일엔 서울 서대문 이 목사의 연구실에서 젊은 목회자, 지인 20여 명과 함께 출범식을 가졌다.

10월 31일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95개 논제'를 게시하며 종교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종교개혁기념일.

출범식을 이날로 정한 것도 종교개혁의 초심 회복을 위한 다짐이었다.

 

그의 백성 운동’을 출범시킨 이수영 목사

“그리스도인들부터 겸손·정직·검소하게 사는 본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 앞의 조각상은 종교개혁가 칼뱅의 동상.

이 목사는 “칼뱅 동상을 항상 곁에 두고

나는 칼뱅의 개혁 정신대로 살고 있나,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이 목사가 이 운동을 구상한 것은 2016년 새문안교회 담임목사직을 은퇴하기 전부터다.

한국에서 개신교는 선교 초기 일상생활에서부터 주변의 모범이 됐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고도성장기에 교회도 함께 성장하면서

세속의 물질주의가 교회에도 스며들게 됐다.

한마디로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의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 목사의 진단이다.

 

이 목사가 ‘그의 백성 운동’을

기초 체력을 회복하자는 운동” “교회답게, 교인답게 거듭나자는 운동”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그의 백성 운동' 출범식에서 이수영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한수 기자

 

이 목사는 최근 ‘그의 백성 운동’이란 소책자를 발간했다.

구약·신약에서 ‘겸손’ ‘정직’ ‘검소’와 관련된 주요 구절을 빼곡히 모아 정리했다.

이 운동이 성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록의 설교문 중 한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2012년 1월 15일 새문안교회 주일예배 설교에서 이 목사는 아파트를 매입할 때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다운계약서’를 제시했다.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목사는 실매매가대로 계약서를 쓰고 세금도 다 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이 설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해야 하고,

정직해서 특별히 더 복 받는 것 없어도

정직하게 살 수 있는 것 자체를 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할 것”이라며

“갈수록 거짓이 판치고

거짓말과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낄낄거리고 좋아하는 세태에 맞설 수 있는 길은 정직뿐”

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퇴임 후 교회가 마련해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는 교회 소유다. 살아 있는 동안만 사용하겠다는 뜻.

새문안교회 부임 전 살던 아파트는 처분해 교회에 헌금했기 때문에 이 목사 소유의 집은 없다.

 

10월 31일 '그의 백성 운동' 출범식 후

이수영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서울노회 소속 교회에 보낼 책자를 봉투에 담고 있다.

/김한수 기자

 

그의 백성 운동’은 작게 시작해 꾸준히 지속할 계획이다.

우선 젊은 목회자들을 교육하고

이들이 ‘겸손 정직 검소’로 정신 무장을 한 뒤 교인들을 양육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목회자용 교재인 ‘그의 백성 운동’ 책자는 무료로 배포한다.

평신도들이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문답식으로 정리한 학습자용 교재도 집필 중이다.

 

이 목사는 “진정한 신앙은 삶의 변화로 나타나야 한다”며

“10년, 20년 꾸준히 이 운동이 확산하면

교인들의 삶이 바뀌고 교회도 선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 운동과 함께

그리스도인의 행복관’ ‘진리, 지식, 자유, 사랑, 평화’를 다룬 책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