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41] 이상금니(履霜金柅)의 가르침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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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입력 2020.07.22 03:12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조선 성종 21년(1490년) 대사헌 이계동과 대사간 이종호가 함께 아뢰었다.
"말재주에 능하고 간사한 자[佞邪]의 진퇴(進退)는 국가의 안위(安危)에 관계됩니다.
그래서 눈 밝은 군주[明主]가 그 영사(佞邪)함을 알아차려 멀리하면 국가가 편안해지고,
중간쯤 되는 군주[中主]나 용렬한 임금[庸君]이 그들을 가까이하면 국가가 위태로워집니다.
이는 '주역(周易)'에서 말한 이상금니(履霜金柅)의 깊은 경계이니
잘 음미하여 잊지 않으셔야 할 것입니다."
여기 인용된 이상(履霜)과 금니(金柅)는 둘 다 소인의 등장에 대한 경고와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주역'에서 양효(陽爻-붙은 막대기)는 군자, 음효(陰爻-갈라진 막대기)는 소인이나 간신을 뜻한다.
서리를 밟는다는 뜻의 이상(履霜)은 곤괘(坤卦 ☷ ☷)의 맨 아래 음효에 대한 풀이로,
서리를 밟으면 곧 겨울이 찾아와 얼음이 얼듯이
소인이나 간신이 맨 처음 나타났을 때 미리 조심해야 함을 뜻한다.
쇠굄목을 뜻하는 금니(金柅)는 구괘(姤卦 ☰ ☴)의 맨 아래 음효에 대한 풀이로
"쇠굄목에 매어놓은 듯하면 반듯한 도리가 길하고,
이들이 행하는 바가 있으면 흉한 일을 당하게 되니
약한 돼지[羸豕]가 마음속으로 실로 날뛰고 싶어 한다[蹢躅]"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둘 다 맨 아래에 있다는 것은 소인이 관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굄목이란 오늘날의 브레이크인데 쇠로 만든 굄목이니 매우 견고한 장치다.
멋모르고 설쳐대는 신진 간신들은 잘 매어놓아야 나머지가 길할 수 있고,
이들이 마구 설쳐대면 모두 흉한 일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시(羸豕), 즉 약한 돼지란
겉으로는 사납지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속으로는 척촉(蹢躅), 즉 날뛰고 싶어 한다.
'진짜 법무부 장관'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열린민주당 대표 최강욱 의원은 따로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당 황희석 최고위원의 최근 검찰 관련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500년도 더 된 이계동과 이종호의 글이 지금도 절절하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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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2/20200722000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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