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80] Stop it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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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20.07.18 03:12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마야 안젤루 책입니다.
10대 흑인 소녀가 미국 아칸소주에서 겪은 억압과 성폭력에 관한 자전소설입니다.
드라마 '델마와 루이스(Thelma and Louise·사진)'는
새장의 새가 '어떻게' 노래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1980년대 아칸소주.
"누가 당신 어머니나 아내 혹은 딸에게 그 짓을 하면 좋겠어?"
이 대화에서 '그 짓'은
트럭 운전기사가 운전 중인 여인 델마와 루이스에게 한 저속한 언행입니다.
두 여인은 상대가 계속 육두문자를 쓰자 방아쇠를 당깁니다.
트럭과 인화 물질이 폭발합니다.
여자들 정체는 뭘까요.
사건 며칠 전으로 이야기를 돌립니다.
가부장적 폭군과 사느라 숨이 막힌 주부 델마가 친구 루이스와 오랫동안 꿈꾼
둘만의 행복한 여행을 떠납니다.
낚시와 캠핑 등의 소박한 계획은 첫날 심야에 산산조각 깨집니다.
술집에서 함께 춤춘 취객이 주차장에서 델마를 성폭행한 겁니다.
루이스가 놈의 심장에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남성이 억압받는 건 비극이다. 여성이 억압받는 건 비근(卑近)하다
(When men are oppressed, it's a tragedy. When women are oppressed, it's tradition).'
남성 중심주의 세태와 힘의 불균형을 비판하고 있지요.
자수하자는 델마에게 루이스가 충고합니다. "우리 말 믿어줄 그런 세상은 없어."
둘은 숨어 살 낙원을 찾아 멕시코로 도망치기로 합니다.
새장이나 감방에 갇히지 않고 세인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다고도 다짐합니다.
그런데 텍사스주만 건너면 멕시코이건만 루이스는 거길 피해 갑니다.
어릴 때 성폭행당한 곳입니다.
과연 목적지에 무사히 당도할까요.
경찰이 에워쌉니다. 수백 총구가 두 여인을 겨냥합니다.
마야 안젤루가 이 글을 썼습니다.
'어떤 일이 내 운명을 바꾸려 할 때
그 일로 자존감이 깎일 선택을 할지 안 깎일 선택을 할지는 내 결정에 달렸다.'
과연 둘의 선택은?
성폭행 직전 추근거리던 수컷에게 델마가 "그만(Stop it)" 하며 경고했을 때
그가 따랐다면 안 이어졌을 비극들.
그 끝은 가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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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8/20200718000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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