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77] It must be
조선일보
-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20.06.27 03:12
한 소년이 숲을 달립니다.
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소년이 다다른 곳은 캄캄한 호수.
들어가 눕자 물에 비친 무수한 별이 소년을 품어줍니다. 그러자 소년도 별이 됩니다.
괴테와 비견되기도 하는 작가 장 파울이 이렇게 썼습니다.
'음악은 어둠처럼 힘겨울 때 삶을 비추는 월광(月光)이다
(Music is moonlight in the gloomy night of life).'
앞 장면 전체를 월광이 감쌉니다. '환희의 송가'입니다.
드라마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사진)'에서 이 시적(詩的) 장관이 펼쳐지는 무대는
교향곡 9번 '합창'을 초연하는 1824년 빈의 극장.
54세 베토벤이 무대에서 눈감고 호수의 소년 베토벤을 떠올린 겁니다.
그 모습 보며 '환희의 송가'를 감상한 베토벤의 제수(弟嫂) 요한나가 결심합니다.
남편과 사별하자 아들 카를의 양육권을 빼앗은 그를,
천재로 키운답시고 가혹하게 틀어잡아 카를이 자살을 기도하게 만든 그를 이젠 용서하겠다고.
임종 전 베토벤이 양육권 포기 각서를 쓰며 묻습니다. "이래야 하겠지?"
그녀가 답합니다. "그래야 해요(It must be)."
이때 베토벤 눈에 슬픔이 맺힙니다.
바뀐 무대는 1827년. 베토벤 운명 후 비서 쉰들러가 편지를 발견합니다.
'나의 천사, 나의 전부'로 시작해
'그대의 사랑인 나의 충직한 마음을 부디 잘못 판단하지 않길'로 끝나는 베토벤의 편지입니다.
쉰들러는 수취자 불명의 이 편지와
"내 음악과 재산 전부를 '불멸의 연인'에게 상속한다"고만 적힌 유언장을 들고 떠납니다.
베토벤의 운명을 바꾼 세 여인을 만나보기 위해.
"진실 없는 평화는 존재할 수 없어요(There can be no peace without the truth)."
쉰들러가 맨 끝에야 만난 '불멸의 연인'을 단호히 설득합니다 .
여인이 고인과 자신의 평화로운 안식을 위해 비밀을 털어놓을까요.
그녀가 편지를 읽고 오열합니다.
오래전 '도망쳐 영원히 함께하고 싶소'라고 써 보내며 베토벤이 원한 말이
'그래야 해요(It must be)'였음을 알게 됐기에.
어떤 연유로 이 편지가 너무 늦게 그녀에게 전달됐으며
무엇이 둘의 연(緣)을 끊어놨는지는 가려둡니다.
여인 이름은 요한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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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6/20200626044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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