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6·25의 노래
조선일보
입력 2020.06.27 03:18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로 시작하는 '6·25의 노래'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와 동네 골목에서 늘 울려퍼지던 노래였다.
여자아이들은 이 노래에 맞춰 고무줄놀이를 했고 초등학교 운동회 때도 응원가처럼 불렀다.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라는 가사는
프랑스혁명에서 유래한 프랑스 국가 같다.
전쟁 직후에 만들어진 노래여서 그럴 것이다.
▶엊그제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참석자 전원이 제창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라는 가사가 화면에 나왔다.
이날 기념식은
70년 만에 조국에 돌아온 6·25전쟁 국군 전사자 147명과 미군 전사자 6명의 영결식을 겸해 치러졌다.
1990년대부터 북한에서 발굴된 유해들이 미군의 감식을 거쳐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88세 참전 용사가 전사자들을 대신해 "조국으로 복귀를 명 받았습니다"라고 신고를 했다.
유골이 되어서야 복귀 명령을 받고 돌아온 영웅들 앞에서 대통령도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이날 영상 메시지를 보낸 참전국 정상들의 메시지도 특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의 승리를 축하합니다"고 했다.
존슨 영국 총리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보며 영국군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낍니다"라고 했다.
어떤 역사 교과서보다도 6·25전쟁에 대해 정확한 가르침을 주는 현장이었다.
▶이날 국민의례 때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국가원수급 예우라고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6·25 참전 용사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기념식 말미에 육군가·해군가·공군가·해병대가가 차례로 울려퍼졌다.
각군 참모총장과 참전용사 대표가 나란히 서서 후배들과 함께 군가를 불렀다.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노병들이 주먹을 내지르며 군가를 부르는 모습은
후배들에게 진정한 군인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이제 '6·25의 노래'는 6·25전쟁 기념식에서만 들을 수 있다.
이 노래를 비롯해 '조국찬가'와 전국 시·군가를 많이 작곡한 김동진 선생은
21세기 들어 친일인명사전에 오르면서 노래 사용이 중단되는 수난을 당했다.
전쟁 영웅들의 유해가 운구되는 동안 또 다른 6·25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낙동강아 잘 있거라/우리는 전진한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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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6/20200626044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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