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뭐 하러 공부하나" "이게 公正이냐"는 청년들
조선일보
입력 2020.06.24 03:26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은 1400명이다.
그런데 1900명의 보안 검색원을 정규직 청원경찰로 직고용하겠다고 밝히자
청년층에서 역차별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스펙 쌓고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뭐냐.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게 공정이고 평등이냐"는 청원이 올라왔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공부는 뭐 하러 하나" "누가 공부하래?"라는 등
채용 역차별과 청년층의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높은 급여와 복리후생 덕에
취업준비생으로부터 3년 연속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위에 선정된 인기 공기업이다.
원래 인천공항은 정규직이 1400명, 비정규직이 1만명이었는데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 뒤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1호 정책으로 약속하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후 노·사 간에 오랜 협상이 이어진 끝에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1만명 대부분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비싼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청와대 회의 이후
인천공항이 갑자기 1900명의 보안 검색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키로 결정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정부가 개입했다는 말이 나왔다.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왜 누구는 본사, 누구는 자회사냐는 불만이 터졌고 노·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바늘구멍 같은 공채 시험에 매달리는데 이들은 시험도 안 보고
손쉽게 최고 인기 공기업 정규직이 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반발도 폭발하고 있다.
취준생들은 "의경은 순경으로, 공익은 9급 공무원으로 전환시키면 되겠다"고 비꼬며 허탈해하고 있다.
전 세계에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기업이 다양한 고용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비용 부담이 높아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경제 정책 아닌 정치 정책으로 '비정규직 제로'를 밀어붙인 결과
오히려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불공정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만 특별한 기회가 돌아가 '일자리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게 공정이고 평등이냐'는 물음에 당국이 답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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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3/20200623049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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