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65] 부모의 몸을 빌려 찾아온 귀한 손님
조선일보
-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0.06.24 03:14
김규나 소설가
토비아스가 자랄수록 아버지 틸의 애정은 커졌지만 계모인 레네의 애정은 식었다.
1년 후 그녀가 사내아이를 낳은 뒤부터는 애정이 증오로 변해갔다.
그때부터 토비아스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아이는 틸이 집에 없을 때 끊임없이 학대를 받았다.
울며 보채는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연약한 힘을 다 쏟았지만 학대는 끝나지 않았다.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선로지기 틸' 중에서
계모와 계부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에 관한 기사가 연일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홉 살 남자아이는 작은 가방 안에 갇혀 7시간 넘게 몸부림치다 죽었다.
집에서 도망쳐 나온 아홉 살 여자아이는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
쇠줄로 묶어 쇠파이프로 때렸고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지져 지문도 없었단다.
독일 작가 하웁트만이 1888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선로지기 틸'도
드센 계모와 내성적인 친부 사이에서 희생당하는 아이를 다룬다.
건장한 체격에 소심한 영혼을 가진 틸은
죽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새 아내가 학대하는 걸 알면서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모른 척한다.
그러나 아이가 기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아내와 함께 갓난아이까지 참혹하게 살해한다.
원망과 죄책감이 폭발한 것일까.
재판 후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면서도 틸은 죽은 아들의 털모자만 한없이 쓰다듬는다.
사람들은 아주 쉽게 계모와 계부를 탓한다.
하지만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사랑하는 게 어려운 일인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본능을 넘어 친자식 못지않게 의붓자식을 훌륭히 키우는 계부와 계모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더 걱정해야 할 문제는 친부와 친모가 학대를 방관하거나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이다.
아동 학대의 77%를 친부모가 저지르고
아이 대부분은 아무런 대책 없이 학대 부모에게 되돌려 보내진다.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지만 자식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부모는 너무나 많다.
엄한 교육은 필요하고 제 자식 제 맘대로 하는 걸 간섭할 수 없다는 생각도 흔하다.
아이는 부모의 몸을 빌려서 온 귀한 손님이며
아동 학대는 끔찍한 범죄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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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4/20200624000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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