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와 대북전단

colorprom 2020. 6. 19. 15:11

[김광일의 입] 대통령이 바뀌어야 北이 바뀐다

 

 

 

입력 2020.06.18 18:00

 

아이젠하워 장군은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 최고 사령관이었고,

전쟁 뒤에는 유럽 연합군 최고 사령관을 지냈다.

그리고 1953년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이 되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이런 말을 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이해하는 것은 오로지 무력뿐이다."

 

서울대 사범대 학장을 지내고 숙명여대 총장을 했던 윤태림 박사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산주의 사회의 기본원리는 폭력을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학자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유달영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공산주의 자체는 아무리 좋게 평가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몽둥이 이상의 것이 되지는 못한다."

이 분들의 말씀은 결국 공산주의자들은 오로지 힘에 의해서만 설득되는 집단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김정은 위원장, 김여정 부부장, 이 남매는 뼛속까지 철저한 공산주의자들이다.

북한이란 체제는 오로지 힘과 무력을 이해하는 집단일 뿐이다.

북한은 상대가 약하게 나오면 가차 없이 짓밟고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꼬리를 내리는 집단이다.

이것을 한 순간도 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저들이 핵탄두를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이다.

저들은 이제 슈퍼 갑으로 행세하고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여동생 김여정을 시켜서 감히 문재인 대통령 얼굴에 오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마피아 조폭들이 경쟁 관계에 있는 마피아를 자극하고 모욕 주려 할 때

이쪽 졸개를 시켜 저쪽 보스에게 욕설을 퍼붓는 방법을 택한다.

북한이 지금 그 방식대로 하고 있다.

김여정은 지난 3월3일 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한다."

6월4일 담화 때는 이렇게 말했다. "똥개들은 똥개들이고 기어 다니며 몹쓸 짓만 한다."

6월13일 담화에서는 구체적으로 협박했다.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다음 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저열하고 치욕스럽게 욕보였다.

이렇게 말했다.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놔"

"제 눈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설 때마다 꼭꼭 제정신 없이 외워대"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린 것"

"특유의 어법과 화법으로 멋쟁이 시늉 해보느라 글줄 표현들 다듬는데 품 꽤나 넣은 듯".

옛날 같으면 오로지 선전포고로 응징해야할 막가파식 모욕을

우리 쪽 국가원수에게 퍼붓고 있는 것이다.

북한 권력서열 제2인자에 올랐다는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서 "역스럽다"고 했고,

"여우도 낯을 붉힐 비열하고 간특하다"고까지 했다.

 

그러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여정에 대해

"무례하다" "몰상식하다" "감내하지 않겠다" "경고한다"는 대응을 했다.

그런데 정작 문 대통령은 외교 안보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내하며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막가파 상소리를 해대는 데도

문 대통령은 인내하겠다는 대답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참 답답하고 어이없다.

지금 국민들은 문 대통령 개인이 당한 수모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밖으로부터 대통령이 먹는 욕은 곧 국민이 당하는 수모인 만큼

국민이 겪고 있는 모욕과 수모에 대해 따끔한 응징을 함으로써 그 수모를 씻어달라는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일본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이런 욕설과 비난을 했다면

문 대통령은 어떻게 나왔을까.

앞서 아이젠하워 장군을 인용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이 이해하는 것은 오로지 무력 뿐"이라고 말씀 드렸다.

 

오늘 한 신문 칼럼에 소개된 8년 전 상황을 되새겨 보겠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2012년 무렵이었다.

북한은 남측에 "한 번만 만나 달라"고 애걸했다고 한다.

당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렇게 회고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내 집무실에 ‘만나자. 만나서 얘기하자’는 팩스를 수도 없이 보냈다.

스토킹 수준이었다."

북한이 납작 엎드린 이유는 대북 전단확성기 방송 때문이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자 다급해진 북한

"이명박 대통령 욕을 안 할 테니 전단 살포를 막아 달라"고 읍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측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 건 정부

"대한민국표현의 자유가 있어 민간이 뿌리는 전단은 못 막는다.

이걸 핑계로 도발하면 단호히 응징하겠다"원칙을 철통처럼 지켰기 때문이다.

 

북한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우리 군의 자주포 반격으로

6·25 이후 처음으로 저들의 본토인 황해도가 포격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노동신문에 "적의 공격으로 피 흘린 전사들을 위해 황해도 주민들이 대거 헌혈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을 만큼 당시 인민군의 피해가 상당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재래식 도발로는 절대 남측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실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겉으로는 "역적패당 이명박 정부와는 절대 상종 않겠다"고 떠들면서도

전단 살포를 중단해달라며 애걸하고, "만나 달라"고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북한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방법은

이쪽 뺨을 때리면 자신들은 팔뚝이 뽑힌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의 주권을 침해하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어제도 저의 군 생활을 잠시 말씀드렸지만,

당시 전방에서는 북한이 남쪽에 뿌린 삐라를 숱하게 보면서 지냈다.

남측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하거나

혹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을 지상낙원으로 미화하면서 월북을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인쇄가 조잡하기 이를 데 없어 현혹되는 남측 병사가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저들도 끊임없이 전단을 살포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대북 전단을 ‘표현의 자유’로 보지 않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는 한

우리 국민이 겪는 수모와 모욕은 씻을 길이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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