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도움 못잊어… 할머니는 쌀 10포대를 가져왔다
조선일보
입력 2020.06.17 03:00
부평구청이 서류 빨리 발급해줘 쓰러진 남편 중환자실 치료 받아
지난 12일 인천시 부평구청에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오정희(79) 할머니가 큰딸(47)과 함께 찾아왔다.
짧은 머리에 모자를 쓴 오 할머니는 "평생 가슴에 남았던 빚을 갚으려 한다"며
10㎏짜리 쌀 10포대와 현금 30만원을 구청에 기부했다.
/일러스트=이철원
할머니는 큰딸이 중학생이던 30여년 전 부산에서 인천 부평역 부근으로 옮겨왔다.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다.
어려운 생활에 병원비 마련이 여의치 않았던 할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청에 도움을 호소했다.
당시 구청 직원은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튿날 오 할머니는 구청에서 발급해 준 증명서를 받아
남편을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치료를 마친 남편은 건강하게 퇴원했다.
당시 부평구청 공무원이 발급해 준 증명서는 '영세민증'이었다. 지금의 생활보호대상자 증명서와 비슷하다.
보통 발급에 한 달 이상 걸리지만 구청 공무원이 할머니의 급한 사정을 듣고 속성으로 발급해준 것이다.
할머니는 몇 년 뒤 부평을 떠났지만, 고마운 마음만은 늘 간직해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긴급재난지 원금을 받게 되자 수십 년간 미뤄왔던 보은(報恩)을 실천한 것이다.
부평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할머니에게 연락처도 묻고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지만 '알려지는 게 싫다'며 이름 석 자만 남겼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큰딸은 "어머니가 용인에서도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복지 시설을 찾아 쌀을 주고 오셨다"며
"평소에도 남에게 알려지는 걸 싫어하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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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01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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