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53] 부에 대하여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20.06.13 03:12
백영옥 소설가
게티 미술관 설립자로 유명한 석유 재벌 폴 게티의 손자가 납치당한다.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거액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열 명이 넘는 손자들이 납치될 때마다 몸값을 지불한다면 손자들 전체가 위험해질 거라며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올 더 머니'는
몸값을 거부한 할아버지 대신 아들을 찾느라 고군분투하는 엄마 이야기다.
납치범을 잡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결국 돈이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에 대한 실망으로 오직 사물의 가치만을 믿게 된 노인이 손자 몸값보다 비싼 미술품을 사면서
정작 납치범들과 협상하기는 거부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자로 사는 법'을 썼을 때 출판사에서 제목을 바꾸라고 하더군. '부자가 되는 법으로'.
그래서 내가 그랬네. 부자가 되는 건 쉽다. 하지만 부자로 사는 것, 그건 이야기가 달라.
부자가 된 사람은 자유가 주는 문제와 싸워야 하거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순간, 심연이 펼쳐지지. 나는 그 심연을 봤네.
사람들을, 부부 관계를, 그 무엇보다 돈이 주는 자유가 자식을 어떻게 망치는지."
최근 재테크 열풍으로 주식과 경제서가 서점의 베스트셀러 주요 자리를 차지했다.
주식 광풍을 보며 평생 돈을 벌기 위해 일했는데 정작 돈 공부는 안 했다고 한탄하는 선배도 있다.
돈에 대한 건강한 관심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늘 관성적으로 던졌던 '부자 되는 법'이라는 질문을 한 번쯤 바꿔 볼 수도 있어야 한다.
어쩌면 '부자로 사는 법'이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사업에 성공해 큰 부를 이룬 후 지인에게 돈이 많으면 뭐가 좋은지 물은 적이 있다.
은퇴한 그의 대답은 의외로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부의 결과는 좋았으나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는 돈을 벌어 욕망을 실현하는 기쁨이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지금의 자유가 더 좋다고 했다.
결국 돈이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자유 그 사이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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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2/20200612044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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