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colorprom 2020. 6. 11. 14:25

[기자의 시각] "어차피 정해져 있을 텐데…"

 

조선일보

 

 

 

입력 2020.06.11 03:14

정석우 사회정책부 기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가 순조롭지 않다.

국민 노후 자금 730조원을 관리하는 수장을 뽑아야 하는데

지난달 28일 공모 마감 결과 지원자가 달랑 2명뿐이라 오는 12일까지 추가 공모를 하고 있다.

2005년 첫 공모 이후 이번까지 7번의 이사장 공모가 있었는데

응모자 미달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최소 3명, 최대 5명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추천해야 하는데,

최소 정원조차 채우지 못한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10일 "시간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그동안 추가 지원자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중요성과 책임은 11년 전보다 훨씬 더 커지고 무거워졌다.

저출산으로 가입자는 줄고, 고령화로 연금을 탈 수급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가입자가 작년보다 0.75% 줄고 2024년까지 매년 0.5~0.6%씩 줄어들 것이라는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도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2년째 그대로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4년이면 아예 고갈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상황은 설상가상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경제가 멈춰 서면서 연금의 투자 수익도 고꾸라졌다.

올 1분기(1~3월)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6%를 기록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위기에 빠진 팀을 명감독이 구해내듯이,

우리 국민연금은 걸출한 이사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이뤄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전문성과 리더십보다 정치적 이유로 이사장이 임명돼온 관행 때문에

유능한 전문가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공모에서도 지난달 중순 공모 시작 때부터 현직 복지부 장차관은 물론이고

청와대 복지수석 등의 이름이 국민연금공단 안팎에서 나돌았다.

"어차피 이사장이 정해져 있는데 들러리를 서고 싶겠느냐"는 말이 돈다.

심지어 경제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공모직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모직 이사장을 지낸 6명 가운데 4명이 교수나 관료 출신으로 장관을 지냈고,

이 중에 전문 분야가 연금인 경우는 단 한 명뿐이었다.

임기를 채운 경우도 한 명에 불과하다.

 

당장 연금이나 자산 운용 경력이 전무한 김성주 전 이사장은

전북 전주가 지역구인 여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20 대 총선에서 낙선해

전주에 본사가 있는 연금공단 이사장을 맡았고,

그마저도 지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3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그만뒀다.

 

국민연금공단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조직이다.

논공행상 낙하산, 출마용 경력 관리 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어야 한다.

공모를 하기로 했으면, 공모답게 해야 한다.

이번에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소리가 나올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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