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6] 장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
조선일보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0.06.09 03:08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즐거워야 할 점심시간.
직장 상사가 맘대로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자기는 건강식을 먹고 싶은데 상사는 자극적인 음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은 마음에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그런데 음식 자체도 마음을 우울하게 할 수 있다.
영양정신의학(Nutritional Psychiatry)이란 분야가 있다.
무얼 먹어야 마음이 건강할지 연구하는 영역이다.
마음이 담겨있는 뇌는 쉬지 않고 일하는 생체 컴퓨터다.
생각도 하고 감정도 느끼고 몸도 움직이는 등 하는 일이 많다.
잠을 잘 때도 꿈을 꾸며 일을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뇌가 잘 작동하려면
연료, 즉 건강한 영양소로 가득 찬 먹거리를 잘 보충해줘야 한다.
좋은 먹거리는
뇌의 피로 증상을 줄여 주고 활성산소 같은 체내 독소가 뇌세포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아준다.
과일과 야채, 잡곡류, 그리고 생선이나 해산물이 많은 지중해식 식사가
가공식품이나 당분, 육류가 많은 전형적인 서구식 식사에 비해
우울증 위험도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먹거리가 어떻게 마음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설명 중 하나로
뇌-장 연결(brain-gut connection) 이론이 있다.
수면과 감정 조절 등을 담당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의 상당량이 장에서 생산되고
또 신경세포도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에도 가득 분포되어 있어
장이 소화 기능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조절, 인지 능력 등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장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장내 유익균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미역 같은 해초에서 추출해
항염증 효과 등 장 기능을 개선, 치매 치료에 적용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매일 건강식만 먹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몸에 좀 나쁜 것은 알아도 입에서 쾌감을 만드니 먹게 된다. 그 순간에 스트레스를 날려 주기도 한다.
종종 화끈하게 입이 즐거운 식사는 즐거운 삶의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같이 입의 쾌감만 좇으면
내 마음의 건강 파트너, 장과 장내 유익균들은 괴로워 염증 물질을 뿜어내고 마음마저 우울해질 수 있다.
숙제처럼 식습관을 통째로 바꾸려고 하면 실패하기가 쉽다.
여력이 될 때 2주 정도 '클린 주간'을 설정해 장 속 건강 파트너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섭취해 보자.
그리고 느껴보자. 가벼움과 상쾌함 등 좋은 느낌을.
좋은 느낌이 쌓이면 건강 행동도 실천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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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8/20200608036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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