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실물경제·주식시장의 괴리
②탈세계화 추세
③디지털화
정부 역할, 대공황 때와 달라… 디딤돌 놓기 전 걸림돌 먼저 치워야
첨단 기술경쟁 시대, 역동성·순발력 갖춘 민간기업 뛰게 해야
이달 5월은 팬데믹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업률이 14.7%를 넘어 2분기 세계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희망 섞인 견해도 나온다.
확진자 360만, 사망자 25만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 봉쇄 조치도 점차 완화되고 연기되었던 중국 양회가 21일로 다가오면서
경제활동 정상화와 적극적인 경기 부양 가능성도 호재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 증가세 둔화와 중국 수출의 플러스 반전도 청신호로 읽힌다.
산업 생태계 본질적 변화 불가피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출구 전략 원칙과 전문가들의 재확산 우려처럼
위기 장기화 위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바이러스 진원 논란으로 미·중(G2) 갈등이 격화하면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 사태는 G2 新냉전 시대를 연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리라는 비관론을 편다.
경제 위기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상황 변화를 제대로 읽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경제 패러다임과 산업 생태계의 본질적 변화가 예상되는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특징을
세 가지 'D'로 짚어본다.
첫째는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최근 주목받는 포스트 코로나 현상은 실물과 금융의 엇박자다.
전형적인 디커플링은 국가 간 또는 한 국가와 국제 경제 흐름이 어긋나는 탈동조화를 일컫지만
요즘 뉴욕 월가와 해외 유력 언론이 집중 조명하는 이슈는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큰 괴리다.
지난 두 달간 성장·소비·고용 등 실물 경기 지표는 사상 최악 수준을 헤맸으나 주가지수는 급등세를 보였다.
래리 서머스 전 美 재무장관은 실물·금융 디커플링의 원인으로
과거 위기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무제한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의 부작용을 지목하고 있다.
유동성 거품과 과도한 부채 증가는 금융시스템 불안, 자원 배분 왜곡, 성장 잠재력 훼손을 초래한다는 경고다. 국내 증시도 올해 30조원을 매입한 투기성 개인 투자자의 '빚투' 상황까지 벌어지며 과열 우려를 키운다.
둘째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 추세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험한 국제무역과 해외 직접투자(FDI) 성장세 둔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에 글로벌 생산망을 가진 다국적기업의 80%가 탈중국을 계획한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중국의 '세계의 공장'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투자 유턴)'의 배경을 '국제적 효율성(global efficiency)' 못지않게 '국내적 복원력(local resilience)'이 중요해지는 코로나 뉴노멀의 특징에서 찾는다.
인도는 중국에 생산 설비를 보유한 미국 기업 1000여 곳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노동법 개정 등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리쇼어링이나 제3국 이전 확대는 우리나라에 기회인 만큼 FDI 촉진책을 서둘러야 한다. FDI 결정 요인은 노동시장 유연성, 내수 시장 확장성, 기업 친화적 규제·정책이라고 볼 때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의 방향은 자명하다. 한국 FDI 유입액은 2019년 78억달러로 전년 대비 46% 급감하여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의 경우 각각 42%, 16%, 12% 증가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한국의 GDP 대비 FDI 비율도 1% 이하로 주요국 바닥권이다.
가장 핵심적인 'D'는 디지털화(Digitization)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유통,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비대면 경제 확산은 디지털 혁신을 더욱 가속하고 산업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금융서비스산업의 핀테크 추세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 통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디지털 화폐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이 美 달러 중심 국제금융 체제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대적 소명은 '슈뢰더式' 개혁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정부 역할은 1930년대 대공황 극복 시기와 달라야 한다. 공공투자 승수효과가 낮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정부보다 기업이 뛰도록 경영 환경과 제도라는 소프트웨어 개선이 필수다. 첨단 기술 경쟁 시대의 드라이버는 역동적이고 순발력을 갖춘 민간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도약을 위한 디딤돌 놓기에 앞서 규제 장벽 등 걸림돌을 치우는 일부터 해야 한다. 전염병 수습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번진 전체주의와 큰 정부에 대한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진정한 리더는 선거에서 지거나 자리에서 쫓겨나도 국익을 우선해야 합니다."
독일 진보파 사민당 당수로 집권 중 최대 업적인 노동·연금개혁을 이뤄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말이다. 그는 유럽 경제의 마지막 보루이자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당 해온
독일의 건전 재정과 경쟁력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돈 받는' 수급자는 늘어나고 '돈 내는' 가입자는 줄어들어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은 더 시급해지고 있다.
文 정부가 남은 2년간 국가 장래를 위해 실천해야 할 시대적 소명은
토지공개념·이익공유제 도입이나 개헌이 아니라 슈뢰더式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