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5.06 03:12
법비(法匪)란 법을 앞세워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거나 사리사욕을 취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사에서 이런 법비를 상징하는 인물이 한나라 무제 때의 장탕(張湯)이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이렇게 평하고 있다.
"장탕은 사람됨이 속임수를 많이 쓰고 잔꾀를 부려서 남들을 잘 제어했다.
"장탕은 사람됨이 속임수를 많이 쓰고 잔꾀를 부려서 남들을 잘 제어했다.
낮은 관리일 때 직권을 남용하여 상인들과 결탁해 이익을 취했다.
장안의 갑부 상인 무리와 몰래 불법 거래를 했다."
그는 이른바 혹리(酷吏)의 원조 격이다.
그는 이른바 혹리(酷吏)의 원조 격이다.
지금은 그저 인색하다는 정도의 의미로 쓰는 각박(刻薄)이란 말이
원래는 이런 혹리들이 법조문을 사안에 따라 이리저리 최대한 얇게 쪼개
혹은 윗사람 뜻에 맞추고 혹은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써먹은 데서 나온 것이다.
이미 법의 공정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미 법의 공정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장탕은 오로지 무제의 뜻에 따라 법을 집행했다.
"그가 처리하는 안건 중에서
만일 황제가 죄를 엄히 다스리고자 하는 뜻이 보이면
냉혹한 관리에게 맡겨 엄중하게 집행했고,
황제가 죄인을 석방시키고 싶어 하는 뜻을 보이면
법을 가볍게 적용하고 공정한 관리에게 맡겨 너그럽게 처리했다."
그가 사건을 처리해 멸문지화를 당한 사람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이 많았다.
그가 사건을 처리해 멸문지화를 당한 사람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이 많았다.
그 업보 때문인지
결국 황제가 추진하려는 계획을 자신과 친한 상인들에게 흘려 이익을 공유하려 했다는 혐의에 걸려
자살했다.
한나라 무제 때는 외국과 전쟁이 많기는 했지만 50년 넘게 재위하면서 국내 정치는 안정됐다.
한나라 무제 때는 외국과 전쟁이 많기는 했지만 50년 넘게 재위하면서 국내 정치는 안정됐다.
그래서인지 그 어느 시기보다 법률가들의 정계 진출이 활발했다.
지금 대한민국도 태평성대(?)라서 그런지
대통령부터 서울시장, 경기 지사, 심지어 야당의 주요 정치인들까지 법률가 출신 일색이다.
최근 선거에서 당선돼 유난히 목소리를 높이는 여당의 신진 정치인은 상당수가 법률가 출신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특히 더불어시민당의 양정숙 비례대표 당선자 제명 해프닝을 보고 있노라면
법비(法匪)를 미리 보는 듯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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