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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非文 말고 非主流라고 써달라" (황대진 차장, 조선일보)

colorprom 2020. 5. 5. 13:40



[동서남북] "非文 말고 非主流라고 써달라"


조선일보
                         
             
입력 2020.05.05 03:16

총선 이후 친문 일색 민주당비문 낙인찍힐까 떠는 의원들
주류의 미덕은 포용당내 다양한 의견 수용해야

황대진 정치부 차장
황대진 정치부 차장


총선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선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나를 '비문(非文)'이라 하지 말고 차라리 '비주류(非主流)'라고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 '비문 낙인이 얼마나 무섭기에 저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주류'라면 도광양회(韜光養晦)하며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처럼 주류가 될 날을 꿈꿀 수 있다.
그러나 '비문'이 되어서는 도무지 당장의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평판 좋은 비주류에 속했던 금태섭 의원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비문으로 몰렸고,
결국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민주당 생태계에 비문이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같은 당에 있을 때,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차기 주자로 버티고 있을 때,
친문비문의 입장 차이는 비교적 뚜렷했다.
정책·노선을 놓고 경쟁도 했다.
그러나 비문은 지난 대선 후 세력이 희미해졌고 이번 총선 후엔 스스로 씨를 말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코로나 극복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지난달 29일 업계를 찾아가 "하나의 일자리라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같은 날 민주당에선 윤호중 사무총장이 모든 당선자에게 보낸 공문 한 장이 공개됐다.
요약하면 보좌진을 뽑을 때 다른 당 출신은 웬만하면 쓰지 말라는 것이다.
국회 보좌진 인력 시장은 범위가 어느 정도 한정돼 있다.
보좌진은 선거가 끝날 때마다 이 당, 저 당을 넘나든다. 서로서로 잘 안다.
그런데 의석 3분의 2를 가져간 여당이 이 시장에 진입 장벽을 설치했다.
주요 타깃은 곧 실업자가 될 민생당 보좌진이다.
공문은 '타당 출신 보좌관 임용 시 업무 능력 외에 정체성 및 해당 행위 전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당 일부 보좌진은 해당 행위에 준하는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민생당 보좌진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4+1 협의 때는 한 식구라고 하더니 선거 끝나니 정체성이 다르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가 없다" 등이다.

민생당 사람들도 한때 주류였던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 때다.
당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비주류였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전인 2017년 3월 펴낸 '운명에서 희망으로'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를 아웃사이더로 보고, 말하자면 대한민국 주류가 우리를 배척하는 것,
그것은 어쨌든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그런데 오히려 더 분노하게 되는 것은,
실은 우리 안에서도 이른바 기득권 세력이 있고, 또 그들의 배척이 있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가 됐을 때 지지도가 떨어지니까 당내에서 후보를 교체하려 했던 것도
나는 야권 내 기득권의 작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는
"이른바 운동권에도 엘리트주의 같은 게 있어요.
운동권의 주류가 있어서 거기서 볼 때도 노무현은 저 변방의 사람인 거예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그토록 주류 교체를 외쳤던 심정을 알 것 같다.

어쨌든 대통령과 친문은 이제 민주당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압도적 주류요, 기득권이다.
여권 내 '동종 교배'는 피할 수 없다.
다만 우리 정치의 미래를 생각해 '()다양성'을 말살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길 바란다.
주류의 미덕은 포용이다.
야당을 끌어안는 것까진 바라지 않는다.
같은 편 사람이 비문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하지 않도록, 일자리를 잃고 '분노'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
과거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을 지금 국민은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대통령의 책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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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4/20200504031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