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일본][우한폐렴]일본 의료체계 '둑'이 무너졌다

colorprom 2020. 4. 24. 15:28

일본 의료체계 '둑'이 무너졌다


조선일보
                         
             
입력 2020.04.24 03:00

[코로나 확산에 '의료붕괴' 현실로]

5일전 확진 판정받은 50대 남성, 병상 못 구해 자택격리 중 사망
의료진 방호장비 부족도 심각… 병원 절반이 마스크 이틀 이상 써
의료진 "이미 지옥 시작됐다"

도쿄 북쪽 사이타마(埼玉)현에서 50대 남성이 21일 자신의 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졌다.
이 남성은 지난 16일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병상 부족으로 입원할 수 없었다.
보건소는 그를 경증 환자로 판단, 입원시키지 않고 자택에 머물게 했다.
사망 전날 그는 보건소 측에 상태 악화를 호소했지만, 입원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사이타마현에선 지난 14일에도 70대 감염자가 같은 이유로 자택에서 머물다가 사망했다.

23일 현재 사이타마현에서는 감염 환자 726명 중 절반가량이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에서 요양 중이다.

이런 현상은 사이타마현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쿄도(3439명), 오사카(1380명)를 비롯해 환자 수가 500명을 넘은 7개 광역지자체에서는
병상 부족으로 자택 요양을 요청하거나 호텔을 빌려서 경증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일본으로… 안전벨트 맨 중국산 마스크 -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전일본공수(ANA) 여객기 객석에 승객 대신 마스크 등 의료물자가 든 상자들이 놓여 있다. 각 상자가 안전벨트로 고정돼 있다. 지난 10일부터 ANA 소속 여객기는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구매한 의료물자를 운송하고 있다.
일본으로… 안전벨트 맨 중국산 마스크 -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전일본공수(ANA) 여객기 객석에
승객 대신 마스크 등 의료물자가 든 상자들이 놓여 있다. 각 상자가 안전벨트로 고정돼 있다.
지난 10일부터 ANA 소속 여객기는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구매한 의료물자를 운송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달 들어 매일 코로나 감염자 400~ 500명이 발생하고 있는 일본에서
의료 시설 장비 부족으로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집중치료실(중환자실) 병상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전국에 5709개에 불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독일은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병상 수가 약 30개이지만 일본은 5개뿐이다.
전문의도 많지 않다.
일본집중치료의학회가 인정한 전문의는 1820명뿐이어서 의사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료진에 대해 의료용 마스크, 가운, 고글
방호 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못해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의료용 가운 대신 쓰레기봉투를 걸치고 일하다 코로나로 숨진 뉴욕의 남성 간호사 사례가
일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23일 특집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병상 수 그래프
/조선일보

도쿄도 내 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담당하는 30대 여성 간호사에 따르면

최근 관련 환자가 급증하면서

눈·코·입을 동시에 가려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페이스 실드(안면 가리개) 배급이 끊겼다.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의료용 가운은 여러 의료진이 돌려 쓰고 있다.

감염증 치료에서는 환자 한 명을 치료한 후 착용했던 장비를 모두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의료용 마스크도 며칠 만에 한 번씩 지급되는 바람에 재활용해서 쓰고 있다고 한다.

이 간호사는 "오늘은 무사히 끝났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젊은 의료진 사이에서 "(우리도) 정말로 감염되지 않을까"

"언제까지 (의료용품) 재고(在庫)가 유지될까"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한 남성 의사는

"의료용 장비가 부족하기 시작한 것은 3월 하순이다. 지옥이 시작된다는 예감이 들었다.

평상시처럼 의료를 제공하지 못해 이미 (의료 시스템은) 붕괴하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고 한다.

NHK가 최근 코로나 환자와 관련된 의료 기관 75곳에 수술용 마스크 교체 빈도를 물은 결과

12곳이 마스크 1장으로 나흘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23곳은 2~3일이라고 했다.

병원 절반가량이 마스크를 하루 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의료용 마스크가운 등을 중국이나 아세안으로부터 수입해왔는데

코로나 사태로 의료용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11일 의료용 가운 100만 벌을 일괄 매입해 배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경제 활성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예방 조치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 장비를 재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내는 것이 아베 내각 의료 정책의 전부라는 조롱도 나돌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4/2020042400115.html